[부장칼럼]

숙대입구역에서 강의실까지의 15분가량도 걷기 힘들다며 버스에 몸을 싣는다. 경사가 심하고 단차가 많은 이 오르막길은 신체적 장애가 없는 필자에게도 힘겹다. 어느 날과 같은 등굣길,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오르다 문득 ‘깁스를 하곤 절대 이 길을 오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교는 장애인 이동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힘겨움에 대한 불평으로 시작된 이 물음에 답을 찾고자 필자는 지난 한 학기를 보냈다.본교에 경사로가 ‘제대로’ 설치된 곳은 학생회관과 진리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다른 건물에 있는 경사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에 기울기가 너무 급한 오르막이 존재하는 등 경사로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경사로가 아니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을 배려해 설치한 경사로가 아니라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형식적으로 설치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시각 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 설치, 점자 안내판 설치도 미흡했다. 장애인 등 편의증진 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시설이용 편의를 위하여 건축물의 주출입구 부근에 ▲점자안내판 ▲촉지도식 안내판 ▲음성안내장치 ▲기타 유도신호장치를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숙명인이라면 위의 것들이 얼마나 설치되지 않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문제를 지적해도 이를 해결하는 부서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학기말, 숙대신보 제1325호에 실린 장애학우 기획기사가 나간 후로 문제가 개선된 곳은 없었다. 각 부서에 문의해도 만족할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예산 문제로 당분간은 개선이 어렵다는 답변은 양반이었다. 대부분의 부서는 ‘우리 담당이 아니다’고 말하며 서로 문제를 떠밀기 바빴다.장애 학우가 누려야 할 본교 내에서의 이동권, 학습권과 본교의 장애인편의시설 현황을 취재하며 ‘장애 학우를 위한 숙명여대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개선의 의지가 없으며,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지형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본교는 앞으로도 장애 학우가 다니기 불편할 것이다.지체장애인편의시설 용산구지원센터 심경숙 주임은 “장애인에게 편한 길은 누구에게나 편하다”고 말했다. 계단 옆에 경사로가 있으면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뿐 아니라 휠체어를 탄 노인, 유모차를 끈 사람 등 일반 계단으로는 다니기 힘든 모두에게 편한 길이 된다. 본교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기를 꿈꾸는 것은 허황된 꿈인가. ‘숙명인’에 장애 학우는 포함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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