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버킷리스트의 7번은 ‘뉴욕에서 크리스마스 보내기, 새해 맞이하기’였다. 지난겨울 나는 그 꿈을 이뤘다. 종강한 지 이틀 만에 허둥지둥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혼자 10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숙소는 맨해튼에 있었다. 타임스퀘어와 가까워서 자동차들의 경적이 요란하기도 했지만, 탁 트인 전망에 허드슨 강이 훤히 보였다. 밤이 되면, 잠들지 않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첫날 도착했을 때는 세관 신고서도 기내에 놓고 내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통신사 칩도 작동하지 않아 당황했다. 이튿날부턴 가까운 영화관에서 조조 영화도 보고, 센트럴 파크에 산책하러 다니면서 뉴욕에 편안히 스며들었다. 따끔한 추위 속에도 조깅하는 사람들, 나무와 연못 사이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아파트, 누군가를 추억하는 초록색 벤치와 흥겨운 캐럴이 울리는 울먼 빙상 경기장까지 행복하지 않은 곳이 없는 공원이었다.

지하철을 타고부터는 하루 동안 더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종종 역 안에서 버스킹을 하는 연주자나 가수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영화 <비긴 어게인>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 내가 뉴욕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나흘째에는 헬리콥터 탐방을 했다. 30분 정도 조수석에 앉아 자유의 여신상을 시작으로 모든 유명한 랜드마크를 감상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후에는 크루즈에 탑승해서 석양과 함께 자유의 여신상과 브루클린 대교를 둘러봤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뚝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붉게 타는 노을 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쓴 이들과 친해졌다. 함께 뮤지컬도 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루프탑 바도 갔다. 12월 31일 자정에는 숙소에서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Once a New Yorker, always New Yorker"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뉴욕과 한 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다시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는 말이다. 열흘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언젠가 다시 그 멋진 곳으로 향하길. 벌써 가슴이 설렌다.

윤슬기 (경영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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