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요즘의 하루 일과는 인터넷에 뜬 기사를 읽는 것으로 시작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뉴스를 보는 것으로 끝난다. 시국이 시끄러운 탓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매일같이 언론의 보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루하루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화가 나다가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 같아 멍해지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필두로 드러나고 있는 비리들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참다못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주 토요일이면 광화문뿐 아니라 전국에서는 촛불 시위가 진행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대통령의 말이었다. 이에 혹자는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고 혹자는 실소를 날리기도 했으며 혹자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공허한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반응들이 곳곳에서 울려 퍼지자 필자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교수님들의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라는 한숨 섞인 말씀, “오늘은 집회에 나갈 거야”라는 동기들의 대화를 들을 때면 왠지 가슴이 울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정한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이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늦은 밤 과제를 하던 중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책상에 앉아 펼친 책은 ‘윤동주 평전’이었다. 책 속에는 국권박탈로 살기 힘든 시절임에도 시가 쉽게 쓰여진다며 자책하는 시인이 있었다. 이를 보자 머릿속이 섬찟했다. 체기가 있는 듯이 자꾸만 울렁거리던 최근의 감정이 바로 ‘부끄러움’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필자가 키보드를 두드리던 그 날 밤에도 광화문 일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인 그들은 어지러운 국정을 필사적으로 통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는 광화문 현장에 마음이 쓰이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필자가 있었다.

분명 잘못된 시대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시절이 어수선해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토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날 그 시간 필자는 불편한 마음 한구석을 애써 외면한 채 푹신한 의자에 앉아 리포트를 쓰고 있었고, 생각이 많아서인지 빠르게 쓰이는 글이 괜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구호를 외치며 걷는 사람들과 합류해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식 뒤편을 장악하고 있는 듯했다.

애국을 노래하는 시를 써내려가며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던 시인 윤동주, 방 안에 앉아 떠오르는 시상을 종이에 적고 있었을 그도 마음 한쪽이 메스꺼웠던 것은 아닐까. 윤동주의 ‘서시’가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는 이유도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필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은연중에 느끼는 감정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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