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와중에 미국 대선은 우리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선 기간 인종차별 발언과 각종 성 추문으로 언론을 장식한 정계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 정치의 상징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제45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선 전날까지 힐러리 우위를 예상한 여론조사기관 및 언론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였다.

미국 역대 대선 중 이번 대선은 가장 극단적 막말과 인신공격이 난무한 대선으로 기록된다. 그 주역에는 바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가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후보로 뛰어들었을 때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대중에게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TV쇼에서 출연해 유명해진 엔터테이너 같은 존재였다. 주요 언론과 정치인들은 트럼프의 막말과 특정 인종과 나라를 겨냥한 비판적 발언으로 그를 일종의 오락거리로 취급했다.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를 과소평가하며 변화된 미국의 민심을 읽어내는데 실패했다. 왜 미국의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먼저 경제 문제이다. 오바마 재임 동안 미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금융위기 전 경제상태로 회복했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이전에 비해 심화되었으며 특히 중산층의 비율이 현저히 하락했다. 과거 번성한 공업 지대였으나 공장 이전으로 쇠락한 지역 이른바 러스트 벨트의 실업률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 대다수는 백인 남성들이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트럼프는 문제의 원인은 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하고 남은 일자리는 이민자들이 뺏어가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 트럼프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대선 결과 이른바 경합주로 분류되었던 이 지역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 당선의 또 다른 요인은 힐러리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환멸이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와 함께 돌풍을 일으킨 샌더슨 역시 민주당 내 아웃사이더였다. 대중은 기성 정치인에 대해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피해나가기 일수인 가식적인 사람으로 평가했다.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과 재수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으나 트럼프의 막말에 대해서는 오히려 솔직하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미국 대중이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결국 힐러리는 주요 정치인들과 언론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트럼프 당선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한미 FTA 재협상, 방위부담금 인상 요구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미군 철수와 같은 강력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가 대선 중 자신이 한 말 전부를 그대로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이상 우리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는 못하다. 변화된 미국에 발맞추어 보다 능동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재정비하고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앞으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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