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강의]

근래 들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고, 이런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학과를 증설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활동은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향유하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경우, 문화예술분야보다는 경제와 같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다는 인식 때문이죠. 이러한 경향은 실제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공 및 민간 비영리 영역에서는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들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바우처’나 민간 문화재단의 저소득층 문화예술활동 지원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것들이죠.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복지’, 곧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기 위한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소득층이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문화예술 향유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진정으로 복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 신체적 이유로 향유하지 못했던 문화예술관람 기회를 제공하면 이들의 복지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비장애인인 일반인들도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인도 즐겨 찾지 않는 (또는 못하는) 문화예술활동을 사회적 취약계층이 향유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은, 문화예술과 복지를 연계하는 우리의 당위적 인식에 일정한 허점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 복지는 ‘빈곤’의 문제와 밀접히 연계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빈곤은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빈곤은 경제적 측면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날 빈번히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도 성숙되지 못한, 빈곤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빈곤은 저소득층과 같은 계층뿐만 아니라 학력, 소득수준,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 전반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복지는 문화적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어 이해되어야 하고, 특정 계층이 아닌 전 계층을 대상으로 그 적용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화복지의 필요성이 강조됩니다. 문화복지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문화적 차원의 빈곤을 넘어 자신의 삶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향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들에 예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문화예술과 복지의 관련성은 이러한 문화복지와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대인이 부딪히고 있는 문화적 빈곤의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은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기도 하고, 부족한 표현력을 향상시켜 주기도 합니다. 때론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도 해 주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것이 복지적 차원에서 문화예술이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복지 프로그램들은 이런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하겠죠. 빈곤의 문제를 경제적 차원에서만 바라본다던가, 문화예술과 복지를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문화예술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김세훈 문화관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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