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강정애 총장 취임과 함께 주요 행정 보직 인선이 이루어지는 한편에는 프라임 사업 선정에 따른 각종 변화로 숙명의 시간은 초스피드로 흘러가고 있다. 신임 총장이 그간 밝혀온 비전을 펼치는 일과 프라임 사업으로 인한 구조 개혁이 우리대학에 가져올 바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질 변화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선한 목표의 개혁이라도 그것의 실행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우리대학 프라임 사업단은 지난 9월 초 신규 실습기자재를 배정하겠다며 프라임 사업에 따라 정원이 줄게 된 각 전공들에게 단 며칠 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공지했다. 프라임 사업 선정 후 뒤늦게 국고 배정이 이뤄졌어도 연말까지는 금년도 예산 집행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구매 일정 상 이런 급한 통보가 나오게 됐을 것이다. 관련 전공들은 부랴부랴 주마간산이나마 예산 계획을 짜느라 때 아닌 소동을 벌였다. 대학이 개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행정 절차가 개혁을 흔드는 형국이다. 나라 돈을 쓰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제약도 크고 조건도 많다. 사업 목표와 별도로 수행 절차에 많은 힘이 소모된다.  

강정애 총장은 비전 실천에 더해 이례적으로 프라임 사업이라는 지난한 과제까지 떠안고 임기를 ㅍ시작하게 됐다. 혹자는 새 행정집행부 출범 초기에 서둘러 개혁을 시작하고 조속히 그것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묵혀왔던 비합리적 요소를 속히 개선하라는 요구도 많다. 시간을 끌다 이른바 ‘레임덕’의 때가 오면 개혁이고 뭐고 다 물 건너간 일이 된다는 식의 충고이다. 그러나 대학은 권력 쟁취를 위해 정파들이 다투는 곳이 아니다. 지도자가 취임 초기에는 힘이 더 있고 후기에는 힘이 빠지는 그런 곳이 아니다. 총장은 언제든 정당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섣부른 비유와 부추김이 개혁이 아닌 개악을 불러오게 한다.

모든 현재의 공식적 제도와 관행은 그것을 둘러싼 관련자들의 이해가 서로 팽팽히 당기고 있는 균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그만 변화에도 균형은 무너지고 자칫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개혁은 충격 완화를 위한 점진적 프로그램에, 이해 당사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비전에 대한 깊은 동의가 필수적이다. 새 총장과 집행부는 상황 파악을 위한, 그리고 비전 실천 계획 수립과 공유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원이 풍부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속도도 결코 중요하지 않다. 여유 있는 분석과 다양한 변수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해야 만 “의젓한 새 살음”을 여는 숙명의 개혁이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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