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나영 기자>

서울 용산구 원효로 1가 44번지 ‘열정도’ 골목으로 꿈을 향한 열정이 가득찬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가게 안은 벌써부터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스럽다.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하며 활기찬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청년 창업 지원단체 ‘청년장사꾼’의 직원들이다.

‘청년장사꾼’,
청춘들의 거리 ‘열정도’를 만들다.

열정도는 장사, 교육, 지역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인 청년장사꾼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점 거리다. 상행위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직된 청년장사꾼은 창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실무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청년장사꾼의 지역 문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열정도는 1970년대의 버려진 인쇄소 거리를 개발해 2014년도 11월에 완공됐다.

현재 열정도에 위치한 청년장사꾼 매장은 ‘치킨혁명’ ‘철인28호’ ‘감자집’ ‘쭈꾸미’ ‘고깃집’으로 총 5개다. 이외에도 청년장사꾼 매장은 이태원에 2개, 마포·공덕 지역에 2개 등 곳곳으로 늘어나고 있다. 넓지 않은 거리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들이지만 이들은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야시장 ‘공장’ 또한 열정도의 명물이다. 야시장이 열릴 때면 하루에 약 5000명 정도의 손님들이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모여들어 거리가 꽉 들어차곤 한다.  

일명 ‘젊은 피’들이 상권을 형성한 덕에 열정도는 언제나 활기차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 가게를 들어서는 순간 직원들은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밝은 미소로 자리를 안내한다. ‘열정을 만나면 정열이 솟는다’ ‘젊음과 청춘’ ‘열정을 튀깁니다’ ‘쭈꾸미 팔아 장가가자’ ‘1인1닭 실천하자’ 등의 재치 있는 문구들 또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러한 문구들과 열정도만의 특색 있는 분위기를 담은 사진이 sns를 통해 빠르게 전해지면서 열정도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즐거운 장사를 상상하는 청년들,
열정도에 자리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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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갖고 시작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쭈꾸미’의 김윤석(남·28) 직원은 “손님들이 험한 말을 하는 등 직원들의 호의를 무시한 채 직원들을 함부로 대할 때가 종종 있다”며 “손님들이 직원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인 28호’에서 근무 중인 김수현 직원은 “손님이 없을 때면 심적으로 가장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청년장사꾼을 통해 창업이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그들이기에 뿌듯함 역시 배로 다가온다. 김윤석 직원은 “단골손님이 늘어날 때마다 매우 행복하다”며 “특히 단골손님이 직원의 얼굴을 기억해줄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1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현 직원 또한 “꾸미는 것을 좋아해 직접 가게를 장식하는데 손님들이 이를 예쁘게 봐줄 때 가장 뿌듯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이 청년들은 매일같이 기운차고 밝은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용기를 내 시작한 일인 만큼 손님들의 뜨거운 응원이 큰 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노보현(남·24) 직원은 “단골 손님들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 블로그나 sns를 통해 알고 멀리서 찾아와주시는 분들에게 무척 감사하다”고 손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수현 직원 또한 “많은 사람들이 열정도를 찾아 쾌활한 분위기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장사꾼’ 김윤규 대표,
꿈꾸는 청년들의 행복을 책임지다.

열정도가 이처럼 익살스럽고 독창적인 분위기를 지니게 되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윤규(남·30) 청년장사꾼 대표다. 열정도를 이끌어가는 김 대표는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하자’는 마음으로 청년장사꾼을 만들었다. 그 후, 그는 일하는 사람 모두를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직원으로 고용했다. 정직원 신분으로 일할 때 더 큰 책임감과 열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기계발비와 책 등을 지원해주고 해외 연수의 기회를 주는 등 그들이 보다 즐거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청년장사꾼을 믿고 따라오는 구성원들이 행복해야 손님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은 청년장사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열정도만의 즐겁고 역동적인 분위기는 김 대표의 노력이 깃든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맛있는 음식에 더불어 부족한 부분은 젊은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우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청년장사꾼 매장에 오는 손님들은 항상 직원들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를 찾는다. 김 대표는 “손님들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하는 직원들의 모습과 항상 새로운 이벤트가 열린다는 특별한 점에 많은 사람들이 청년장사꾼 매장을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정도는 이제 ‘버스킹’ ‘플리마켓’ 등의 여러 문화행사가 진행되며 단순한 먹거리 골목을 넘어 하나의 문화공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상행위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꿈꿨다”며 “장사와 문화라는 코드를 접목시켜 다른 곳들과 차별화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재밌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며 찾아오는 손님 또한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김 대표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야시장 날이면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열정도가 외부인들을 지역 내로 유입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기를 갖고 시작한 ‘청년장사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현재는 많이 활성화돼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열정도지만 열정도를 꾸려가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저렴한 자본으로 매장을 개업하기 위해 임대료와 권리금이 낮은 지역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버려진 인쇄소 거리를 활기찬 음식 골목으로 바꾼 김 대표는 “한 매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동시에 6개 매장을 여는 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직접 공사를 하고 저녁에는 장사를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시작한 프로젝트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덧붙였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며 어느새 성공한 창업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김 대표는 ‘용기를 내서 무엇이든 실천해보자’고 말한다. 최근 열정을 잃어가며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시절이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은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고민만 하고 있기보다 일단 저질러보고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잘 안 되면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아직 젊은데요” 청년들의 창업을 응원하며 지원하는 김 대표는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청년장사꾼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로젝트인 ‘유타컵밥’과의 협력을 위해 현재 청년장사꾼 구성원 중 두 명이 미국 유타주로 떠난 상태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은 청년장사꾼에게는 굉장히 크고 새로운 도전이다”며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알 수 없는 길을 개척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청년장사꾼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장사꾼 멤버들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김 대표. 젊은 패기와 당당한 태도를 가진 그와 청년장사꾼이 이끌어가는 열정도는 오늘도 환하게 빛나고 있다.

▲김윤규(남∙30) 청년장사꾼 대표

 

 

 

 

 

 

 

 

▲'쭈꾸미' 매장의 김윤석(남·27) 직원

 

 

 

 

 

 

 

 

▲'철인 28호' 매장의 김수현(여·27) 직원

 

 

 

 

 

 

 

 

▲'감자집' 매장의 오세웅(남·26) 직원과 노보현(남·24) 직원

 

 

 

 

 

 

 

 

▲ 매달 두 번째 주 토요일마다 '열정도'에서 열리는 야시장 '공장'의 모습이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거리는 벌써부터 야시장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빨간 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장사꾼 직원은 활짝 웃으며 손님들에게 내보일 솜사탕을 만들고 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치킨 혁명'의 직원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만 봐도 공장의 즐겁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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