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윤나영 기자>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요즘, 일 년에 단 두 번뿐인 명절을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학업, 아르바이트 등의 이유로 명절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바쁘게 보내는 이들도 있으며 고향에 내려가 명절연휴를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숙명인이 경험하는 명절은 어떤 모습일까. 또한 숙명인은 14일(수)부터 16일(금)까지인 추석 연휴에 무엇을 하며 지낼까. 본지는 숙명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명절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6일(화)부터 9일(금)까지 4일간 본교 학우 500명을 대상으로 ‘숙명인이 생각하는 명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뢰도 95%, 오차 범위 ±1.8%p)

◆숙명인 79.4%, “이번 추석은 가족과 보낼 예정”
이번 추석에는 대다수의 숙명인이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복수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79.4%(392명)의 학우가 ‘가족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조예원(소비자경제 16) 학우는 “가족 모두가 모일 수 있는 날은 명절이 유일하다”며 “이번 추석에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우도 있었다. 추석에 가족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답한 392명의 학우 중 7.7%(30명)의 학우는 추석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A 학우는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휴기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추석에는 평소보다 높은 아르바이트 비를 받을 수 있기에 아르바이트를 쉴 수 없다”고 말했다.

3.3%(13명)의 학우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강규빈(법 12) 학우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기로 했다”며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하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반면 20.6%(102명)의 학우가 추석에 ‘혼자 지낸다’고 답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학우 중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답한 학우가 58.9%(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추석 계획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절의 필요성에 의문을 느끼며 홀로 명절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가족과 추석을 보내지 않는 102명의 학우 중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답한 학우는 24%(24명)로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답변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문민정(역사문화 16) 학우는 “추석에 대신해서 일해 줄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며 “어쩔 수 없이 이번 추석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로 인해 가족들을 찾아가지 못하는 학우도 있었다. 김소연(경영 12) 학우는 “취업 준비 때문에 이번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 한다”고 답했다.

◆숙명인 79.9%, “기존의 차례문화 달라져야해”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숙명인은 얼마나 될까. ‘명절(추석과 설날)에 차례를 지내는가’라는 질문에 숙명인의 61.7%(293명)는 ‘항상 지낸다’고 답했다. ‘추석에만 지낸다’고 답한 3.6%(17명)와 ‘설날에만 지낸다’고 답한 3.4%(16명)를 포함하면 68.7%(326명)로 10명 중 약 7명가량의 학우가 명절에 차례를 지내고 있는 것이다.

차례를 지낸다고 답한 학우를 대상으로 ‘차례를 지내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6.6%(159명)의 학우가 ‘항상 하던 일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꼽았다. 차례를 지내는 특별한 이유는 느끼지 못하지만 항상 하던 일이기에 의무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어 ‘조상을 기리기 위해서’ 차례를 지낸다고 답한 학우는 35.2%(120명), 오랜 기간 이어진 ‘우리나라의 전통이라서’ 차례를 지낸다고 답한 학우는 18.8%(64명)였다. 그러나 김현수(화공생명공학 16) 학우는 “매번 차례 준비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차례를 지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기존의 차례 문화에 불만을 표했다.
김 학우와 같이 차례 문화에 변화를 주거나 차례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우는 79.9%(386명)에 달했다. ‘차례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42.7%(206명)는 ‘필요 없다’고 답했다.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37.3%(180명)였다. 기존의 문화와는 다른 차례 문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김려진(독일언어문화 14) 학우는 “종교적인 이유나 집안 사정 등의 이유로 차례의 형태는 바뀔 수 있다”며 “기존의 문화를 강요하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안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한 31.4%(149명)의 학우를 대상으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64.5%(107명)의 학우가 ‘종교적인 이유’를 뽑았다. 윤문정(아동복지 12) 학우는 “기독교 집안이라 다함께 기도를 드린다”며 “종교가 다양해진 만큼 차례 문화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3.5%(42명)의 학우가 ‘차례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아빠는 쉬고, 엄마는 일하고
아버지 0.2%만 명절노동 주도해

숙명인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상을 차리는 등의 명절노동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었다. ‘명절노동을 주로 담당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80.3%(359명)의 학우가 ‘어머니를 비롯한 여성 식구’라고 답했다. 한편 ‘아버지를 비롯한 남성 식구’가 명절노동을 부담한다고 답한 학우는 전체의 0.2%인 단 1명에 불과했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분담 한다’고 답한 학우는 14.8%(66명)으로 여성이 주도적으로 부담한다는 답변의 뒤를 이었다.

‘여성들이 명절 노동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 원인(복수 응답 가능)’을 묻자 과반이 넘는 57.4%(269명)의 학우가 ‘여성이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가 45.2%(212명), ‘준비해본 경험이 더 많아서’가 30.3%(142명)으로 뒤를 이었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를 택한 신수민(소비자경제 14) 학우는 “남녀가 겸상조차 하지 못하는 등 집안 분위기가 가부장적이다”며 “이와 같은 가정 분위기가 여성 중심의 노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소연(경영 12) 학우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생긴 것 같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남녀가 함께 가사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에게만 치우친 명절 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94.2%(453명)의 학우가 ‘불공평하고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려진(독일언어문화 14) 학우는 “가족이 함께 하기에 명절이 의미가 있는데 여성에게 치중된 명절노동은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3.3%(16명)의 학우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만 바꿀 필요는 없다’를 선택했다. 여성이 명절 노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학우는 단 0.6%(3명)였다. 여성 중심의 명절 노동이 당연한 것이라고 답한 익명의 B 학우는 “가사노동에 익숙한 여성이 명절노동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숙명인 명절 만족도 4.62점, 스트레스 정도 3.6점
“명절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야”

전반적인 명절 문화에 대한 숙명인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4.62점으로 ‘보통’에 조금 못 미쳤다. 낮은 만족도를 보인 문성희(경제 12) 학우는 “교통 체증 때문에 명절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정연희(통계 14) 학우는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다”며 “친척들이 외모를 지적하고 취업 여부에 대해 묻는 등 예민한 질문을 해서 괴롭다”고 말했다. 반면 높은 만족도를 보인 양지은(관현악 14) 학우는 “평소에는 가족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며 “명절을 통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명절에 만족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숙명인이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 정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3.6점으로 그중 과반수인 54.6%(269명)가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 정도를 3점 이하로 매겼다. 서민정(교육 15) 학우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뜻깊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숙명인이 생각하는 명절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명절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복수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친척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라고 답한 학우는 79.6%(393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명절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답한 학우는 10.6%(52명)로 그 뒤를 이었다. 구희연(경영 16) 학우는 “이번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쉬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5.9%(29명)의 학우는 명절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슬이(아동복지 14) 학우는 “가족들과 명절을 지낸 경험이 적어 명절이 주는 특별함은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숙명인은 모처럼 찾아온 연휴인 만큼 명절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보내길 원했다. ‘숙명인이 바라는 명절 문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89명의 응답자 중 66.0%(125명)의 학우가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연휴를 보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신수민(소비자경제 14) 학우는 “제사 등 형식적인 절차에 치중하기보다는 명절에 즐기는 전통 놀이와 같은 명절문화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척들의 언행에 불편함을 느끼는 김태경(식품영양 16) 학우는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안부를 물어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는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월의 보름달이 뜨는 날’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일명 ‘황금연휴’로 불리며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총 5일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번 추석에는 숙명인이 바라는 ‘편안한 명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의미하는 ‘한가위’. 이번 명절은 달빛이 내리 쬐는 밤하늘 아래에서 반가운 친척들과 송편을 먹으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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