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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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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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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더십주간에 학술기행을 다녀오면서 우리 학생들의 리더십에 대해 동행한 선생님들이 많은 감동을 받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박 3일간 70여 명을 편안하게 안내하고 리드해가며 참으로 보람 있고 흐뭇한 문학답사를 하게 해준 전공 학생회 임원들의 섬김 리더십을 보며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에 나오는 ‘서번트 레오’를 떠올렸다.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챙기고 가르쳐 주며 인솔하던 과거의 학술기행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학생들 스스로 진행해 가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한 창의력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임원들 모두가 솔선수범하며 하나하나 배려하고 섬기는 태도가 감동적이고 돋보였다.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 섬기니 우리 문화를 보고 배우는 기쁨도 커지고, 깊어가는 우정으로 피곤함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오동나무를 봤다. 옛날 가난한 농촌에서 딸아이를 낳으면 집 앞 또는 마을 곳곳에 오동나무를 심었다는데, 딸이 자라서 시집갈 때 그 오동나무로 장롱을 짜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해마다 5월이면 오동나무는 자줏빛 진한 향내를 이 마을 저 마을에 풍기며 딸아이의 성장소식을 풋풋하게 퍼뜨려 주고, 무럭무럭 자라서는 마침내 제 몸을 바쳐 장롱으로 변신해 큰 혼수용품이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딸자식들을 위해 준비하시던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오동꽃 향기로 되새기는 반면 오동나무의 희생정신이 섬김 리더십이라고 풀이하는 학생도 있어서 박수를 받았다.


이제 101주년을 맞는 숙명 캠퍼스의 5월은 눈부시게 싱그럽다. 젊음과 꿈으로 미래를 펼치며 스스로 준비하고 있는 딸들의 모습이 신록보다 더 싱그럽다. 그 싱그러움 속에 솟구치는 연못 분수의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니 문득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떠오른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뭇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기꺼이 처한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所惡, 故機於道)는 노자의 말에서 물이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 즉 가장 낮은 곳에 거한다는 겸허함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다투고 갈등이 생기는 것도 서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면, 사람들 사이의 다툼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에 거하는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물이 없는 곳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물이 아무리 생명의 원천이라고 해도 그 물이 높은 곳에 머물며 낮은 땅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만물에게 생명을 주어 만물을 능히 이롭게 할 수 없다. 부족한 곳을 채워주며 더러운 곳을 깨끗이 씻어주고 부드럽게 감싸며 포용해 주는 물의 섬기는 속성을 배우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며 다투지 아니하는 무위자연적인 삶, 남을 존중하며 남에게 베풀며 겸허하고 소박한 공동체의 삶 속에서 섬김 리더십을 더욱 잘 키워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연의 힘은 착한 힘, 순리의 힘,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힘이며 그러므로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섬기는 삶이라고 학술기행을 다녀와서 두루 생각해 본다.

구명숙(인문학부 국어국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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