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세계를 열광시킨 성화가 새로운 개막식과 함께 다시 한 번 환한 빛을 낼 예정이다. 패럴림픽의 개막식이 오는 7일(수)에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수) 우리나라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도 패럴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입성했다. 경기도 이촌의 훈련소에서 다년간의 훈련을 거친 선수들은 이번 패럴림픽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Atlanta)에서 전지훈련도 받았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달리 신체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스포츠대회로 올해 제15회를 맞았다. 이번 패럴림픽은 오는 7일(수)부터 18일(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늘만을 위해 지난 4년간을 쉼 없이 달려온 선수들. 장애를 뛰어넘는 176개국의 열정이 지금 리우에 있다.

◆ 패럴림픽 장애를 뛰어넘어 세계로
패럴림픽은 전 세계의 신체장애를 지닌 선수들이 출전해 화합을 다지는 국제 스포츠 대회다. ‘패럴림픽(paralymplic)’이라는 대회명도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olympic’을 합성해 만든 것이다. 본교 조정호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패럴림픽은 세계 제1차 대전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 스포츠 대회에서 유래됐다”며 “패럴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장애 선수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패럴림픽은 하계·동계 올림픽과 같은 해, 같은 경기장에서 진행되지만 올림픽과 달리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서 주최한다. 패럴림픽에서는 양궁, 사격 등 올림픽과 같은 종목의 경기가 열리는 동시에 휠체어 펜싱, 휠체어 럭비 등 장애를 지닌 선수들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 규칙을 재구성했다.

우리나라 선수단은 지난 1968년 제3회 텔아비브패럴림픽대회부터 오는 제15회 리우패럴림픽대회까지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리우패럴림픽대회에서는 양궁, 육상, 사이클, 휠체어 테니스 등을 포함한 11개의 종목에 81명의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도전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 및 월드컵 경기에 참여한 성적과 세계대회랭킹에 따라 선발됐다.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은 대한장애인체육회(KPC, 이하 장애인체육회)에 소속돼 있다. 장애인체육회는 국내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통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며 장애 선수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으로 이번 리우패럴림픽대회를 위해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를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제12회 런던패럴림픽을 종합 12위로 마감하며 제13회 베이징패럴림픽대회 때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역시 12위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의지가 강하다”며 이는 경기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제14회 런던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은·동메달을 각각 9개씩 획득하며 총 27개의 메달을 얻었다. 지난 패럴림픽에서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사격 금메달리스트 강주영 선수는 R4공기소총 입사 결승에서 총점 705.5점으로 신기록을 수립했다. 수영 금메달리스트 임우근 선수와 동메달리스트 조원상 선수는 각각 평영과 자유형 결승에서 총기록 1:34:94초와 1:59:92초를 기록하며 아시아 신기록을 경신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총 34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출전하는 11개 종목 중 9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 1. 지난 8월 31일(수) 우리나라 선수단이 제15회 리우패럴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리우 공항에 도착했다.2.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지훈련 때 실전처럼 질주하고 있는 정동호 육상 선수.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되는 베테랑 선수다3. 김성옥 탁구 선수가 훈련에 집중하며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게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그녀의 장점이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 그들의 참여는 메달보다 가치 있다
그러나 메달 개수는 패럴림픽의 전부가 아니다. 패럴림픽은 장애를 가진 선수가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 따르면 패럴림픽의 초점은 경기의 승패나 기록이 아닌 장애를 지닌 운동선수에게 있다. 장애인이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전 세계 관중들에게 증명하는 것이 패럴림픽의 목표다.

김기홍 한국장애인체육회 국제대회 위원장은 “패럴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장애인들의 꿈의 실현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패럴림픽은 메달을 많이 획득하는 것보다 참가하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전 세계 선수들을 만나 교류하는 것에 높은 의의를 두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 교수 또한 “패럴림픽이 선수들 자신의 재활과 건강을 위해 즐기는 스포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전하는 선수들에겐 패럴림픽뿐만 아니라 스포츠 자체가 각자의 삶에 큰 의미로 다가온다.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지적장애 3급의 강정은(여·18) 선수는 초등학생이던 시절 수영을 시작했다. 당시 수영 강사는 그녀의 열정과 소질을 눈여겨봤고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녀는 현재 한국 장애인 수영 선수 중 최연소 기대주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최연소 수영 국가대표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그녀는 “아시아는 좁다”며 “세계무대를 향해 거침없는 물살을 가르겠다”는 포부를 보이며 여전히 밝게 웃는다.

이하걸(남·44) 선수에게 장애인 스포츠는 삶에 활기를 되찾아줬다. 이 선수는 서울 올림픽의 열기가 휩쓸고 간 1988년 가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 씨는 사고 이후 실의에 빠져 삶의 열정을 잃었다. 그러나 우연히 장애인복지관 체육관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그는 희망을 되찾았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열정만큼은 20대 청년 못지않다. 패럴림픽도 이번이 4번째 출전이다. 이번 패럴림픽을 앞둔 그는 "철저한 준비로 그동안 이루지 못한 패럴림픽 메달의 꿈을 꼭 이루겠다"며 운동에 대한 자신의 열의를 가감 없이 보이고 있다.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선수의 가족도 패럴림픽의 의미를 값지게 한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 등을 떠올리며 열심히 참여할 것을 다짐했다. 그들의 가족과 팬 모두는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기를, 운동을 통해 보다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패럴림픽이 단순히 경쟁을 통해 메달을 얻는 승부처가 아니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장인 것이다.

▲ <그림=윤나영 기자>

◆ 세계의 축제 뒤 숨은 그림자
이번 패럴림픽은 2018 평창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 개최 준비에 힘입어 투자와 지원이 확대돼 화제가 됐다. 문화체육부에서는 패럴림픽 훈련지원비로 지난해보다 예산 23억원을 증편해 약 68억원을 편성했다. 더불어 2018년으로 계획된 동계 패럴림픽을 위해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훈련장을 확대‧보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리우패럴림픽대회는 전 세계적으로도 큰 기대를 안고 시작된 국제대회다. 패럴림픽 출전 국가도 지난 대회보다 늘었다. 총 참여국은 176개국으로 165개국이 참여했던 제14회 런던올림픽보다 11개국이나 많다. 23개국이 참여했던 제1회 로마패럴림픽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그러나 기대 속에는 아쉬움과 걱정도 숨어 있다.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비해 출전국가와 출전 선수, 인력 등 규모가 작아 대중에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하계 런던 패럴림픽의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생중계 된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하이라이트 영상만이 평일 낮 시간대에 편성됐다. 중계방송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이번 패럴림픽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패럴림픽의 상업성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애 선수들의 경기는 일반 올림픽 경기에 비해 경쟁의 중요성이 다소 낮다”며 “경쟁을 중심으로 상업성을 획득하는 올림픽보다 대중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패럴림픽이 진행될 리우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시설 안전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관계자 2만여 명이 사용해야 하는 올림픽 선수촌은 화장실이 막히거나 승강기가 고장 나 선수가 안에 갇히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올림픽 폐막 이후에는 재정 악화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사실은 도외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패럴림픽은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조 교수는 모두 이번 패럴림픽이 우리나라 복지 수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가 늘어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며 선수들의 이번 출전이 선수뿐만 아니라 한국에게도 의미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조 교수는 “패럴림픽의 참여 규모는 그 나라의 국력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살필 수 있는 하나의 지표다”라며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 패럴림픽에 보다 많은 장애 선수가 기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럴림픽은 비단 장애 선수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패럴림픽의 진가는 선수들과 관중이 하나가 돼 서로의 열정에 공감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성과가 아닌 참여에 의의를 두는 이유도 패럴림픽이 갖는 사회·장애인·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즐기고 기뻐할 세계인의 축제 패럴림픽. 이번 리우패럴림픽대회 또한 선수들과 관객들의 뜨거운 열정이 하나로 모일 수 있길 바라며 다시 한번 리우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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