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심사위원 권성우(한국어문학부 교수),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

제22회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 시 부문에는 많은 분들이 참여해, 백일장의 높은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의 작품을 일일이 애정있게 대하면서,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정성을 쏟은 시편들을 우호적으로 읽어나가게 됐다. 심사위원들은 윤독을 거듭하여 훌륭한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게끔 노력했다.

백로상으로 뽑힌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촘촘한 기억과 그것의 상관물로서의 ‘신발’에 대한 비유적 관계를 잘 그려냈다. 특별히 아버지의 발톱에서 자라난 ‘가시’의 이미지를 통해 결코 헐어질 수 없는 아버지의 삶을 역설적으로 옹호하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의 삶을 애잔하고도 따뜻하게 바라본 작품으로서, 그 시선을 감각적 충실성과 투명한 언어로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송상으로 뽑힌 작품은 ‘시쓰기’의 자의식을 모처럼 보여준 결실이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지내온 시쓰기의 시간으로서 ‘간밤의 항해’를 떠올리며, 오랜 시간이 흘러간 기억의 심도를 온기 있게 보여주었다. 결국 “나만의 섬”은 ‘시’를 통해 가 닿고자 하는 열망을 순도 높게 비유한 상관물이었다.

매화상으로 뽑힌 작품은, ‘낡은 신발’을 통해 ‘엄마’가 오랫동안 겪었을 ‘붉은 상처’를 잘 표현했다. 거기에 ‘벚꽃’의 속성을 얹어 엄마에 대한 기억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언어가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따뜻하고도 넉넉한 서정을 담고 있었다.

장려상으로 뽑힌 다섯 분에게도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언어를 보여준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시적 대상을 좀 더 일상 쪽으로 구체화하여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을 애정 깊게 응시한 결실들도 제법 있었다. 다음 기회에 더욱 풍성하고도 빛나는 성과가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번 참여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