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은 탈원전 선언

반면 프랑스는 원전 지속적 운영

올해로 우크라이나에서 20세기 최악의 사고라 여겨지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30년이 됐다. 그로부터 25년 후 2011년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사고’라 불리는 대규모의 원전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두 차례의 대규모 원전사고를 겪은 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확연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독일을 시작으로 몇몇 국가는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점차 줄여나갔다. 원자력 발전소가 환경오염을 야기할 위험이 있으며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직후 독일은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전면 철수하겠다는 ‘2022년 원전제로’ 정책을 발표했다. 전력 사용에서 원자력 발전에 전혀 의존하지 않겠다고 세계 최초로 선언한 것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원자력 발전을 고수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탈원전을 선언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을 수용한 결과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1년 3월26일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쾰른 등의 대도시에서는 일제히 탈핵 집회가 열렸다. 무려 25만 명의 인파가 모여 ‘탈핵·반원전’을 외쳤다. 각계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시민 대표로 구성된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 17인이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로 11시간에 걸쳐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은 원자력을 대체하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태양열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베를린 연방 국회의사당에 필요한 에너지의 30%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 의사당 옥상에는 태양광 설비가, 지하에는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소형 열병합 발전기가 작동된다. 원자력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태양열에너지를 사용하며 독일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늘어났지만 그들은 자연을 지킬 수 있고 안전하게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독일을 따라 이탈리아, 덴마크, 오스트리아, 필리핀 등도 원자력 발전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는 *핵연료봉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19개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58기의 발전기를 계속해서 가동하고 있다. 현존하는 에너지발전 기술 중 원자력 발전소만큼 프랑스가 필요로 하는 전력의 양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은 지난 2월 28일(목) 모든 원전의 이용 기간을 10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랜 시간 정부 주도하에 이해관계자들이 소통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다. 원자력 발전을 안전하게 사용을 위해 중간저장, 재처리, 영구처분 등의 해법을 마련했고, 지금도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공론화를 이어가고 있다. 원전 58기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마련에 대한 성공적인 공론화 사례로 뽑힌다. 프랑스는 1980년대 후반 처분장 용지조사를 시작했지만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반대로 좌절됐다. 이에 프랑스 의회는 1991년 방사성폐기물관리연구법을 제정했다. 15년간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지켜본 후 관련 정책을 결정키로 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2005년부터 공론화를 수행했고 이듬해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제정, 본격적인 처분장 건설에 나섰다. 국민합의와 신뢰구축을 위해 15년간 공을 들인 셈이다.

* 핵연료봉 재처리 기술이란 원자로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을 가느다란 튜브속에 수백개씩 집어넣어 만든 '연료봉'을 다시 이용하기 위해 처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 우리나라 내 원자력 발전소 위치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과 전라남도 영광군에 한 단지씩 자리잡고 있다. 경상북도 을진군, 영월군 영덕읍, 경주, 부산 등 해안가에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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