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자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학은 범위가 넓어서 공부하기 힘든데 비해서 쓸데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또 역사에 흥미가 있어서 공부는 하고 싶은데 역사학을 전공한 후의 장래에 대해서 불안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사를 공부해서 어디에 쓸지는 조금 뒤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역사학이 어떤 학문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역사(학)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수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역사학의 본질은 과거의 사실, 곧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그것을 기록하는 데서 시작한다. 따라서 역사학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역사의 주인공인 사람에 대한 탐구이고, 더 나아가서 활동무대인 공간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역사학은 사람의 활동과 그 흔적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범주에 든다.

역사학은 인문학의 범주에 들면서도 다른 인문학과 다른 점은 사료(자료)를 토대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역사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남겨진 자료는 허점이 많다. 과거의 사실을 충분하게 밝힐 만큼 충분하지 않고, 관점도 다양해서 같은 사실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자료도 있다. 따라서 역사학을 공부할 때는 남겨진 자료의 성격을 꼼꼼하게 따지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역사학이 자료를 토대로 객관적인 역사상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역사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역사학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이것이 종종 역사왜곡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역사왜곡이란 의도적으로 과거의 사실을 은폐, 축소, 미화하거나 확대해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역사(학)에는 이중성이 있다. 역사학은 가장 객관적이고 비판적이어야 하지만 가장 주관적이고 정치 지향적이기도 하다. 또 과거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지만 가장 현재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이제 앞에서 미루어 두었던 역사를 공부해서 어디에 쓸지 생각해보자.
 역사학은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어떻게 살았을까?’의 문제는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역사학은 매우 중요한 실용적인 학문이다. 또한 역사공부는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를 가지게 한다. 역사학은 남아있는 자료의 진실성을 따지면서 종합적이고 합리적으로 과거의 사실에 접근하는 학문이다. 즉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정답에 가까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것에는 늘 의심을 하는 것이 역사 공부의 쓰임새이다. 역사적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것은 덤이다.

역사 과목은 ‘암기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기억해야 할 것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다 외울 수도 없고 외울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질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탐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종진 역사문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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