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피의자는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요즘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한 쪽에선 정신병인 조현증(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피의자 한 명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라고 보고, 다른 한 쪽에선 여성혐오가 배경으로 작용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분명 사회적 약자다. 강남역 10번 출구 ‘묻지마 살인사건’뿐만이 아니다. 최근 15년 동안 살인과 강도를 포함한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가운데 8명은 여성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혐오의 정도는 점차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이 여자 친구의 차량을 둔기로 내리치고, 깨진 유리 사이로 염산을 들이부은 후 흉기로 몇 번이나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약자이며 피해자인 여성에게 ‘조심하지 그랬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이미 여성혐오가 만연한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행해진 폭력은 가해자,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인데도 말이다.

약자를 향한 폭력성에 무감각한 사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정글의 왕국일 뿐이다. 매일 일어나고 있는 강력범죄들은 우리 사회에 폭력성이 실재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폭력성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형태로 약자를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아동학대, 성범죄 등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건사고들이 매일 발생한다. 약육강식의 규칙이 적용된 정글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 요즘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보이는 듯하다.

약자를 향한 혐오와 공격적 발언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분노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폭력성이 언제든지 나에게도 행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약자에 대한 우리의 공감과 약자를 향한 공격에 분노하는 태도가 함께 사는 사회, 공동체를 만든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