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화재의 인물은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슨이다. 사실 작년 양당 후보 토론회가 시작되었을 무렵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제프 부시와 같은 정치 거물들에게 쏠려있었다. 이것은 역대 대통령들 다수가 전직 의원/주지사로서 상당한 정치경륜을 가진 정당 내 주류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경선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정치 경험이 부재한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인종·여성 차별 발언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외치며 공화당의 주류 후보들을 제치고 선두로 등극했다. 샌더슨 역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칭할 만큼 민주당 내 비주류이며, 힐러리와 비교해 인지도가 현격히 낮은 후보였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극심해진 부의 불균형 해소를 강조함으로서 민주당 경선에서 이른바 샌더슨 열풍을 일으켰다.

현재 민주당은 슈퍼 화요일을 계기로 힐러리가 많은 주에서 승리함으로서 대세가 힐러리로 기울고 있으나 초기 경선에서 보여준 샌더슨의 지지율에 위협을 느낀 힐러리는 샌더슨의 핵심 정책 일부를 자신의 정책으로 흡수시켰다. 반면 트럼프 후보의 막말 파동과 이에 따른 대중 선동에 대해 공화당 지도부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 후보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경선 과정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질문은 미국 시민들은 왜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와 사회주의자 샌더슨에게 열광하는가이다. 그들이 트럼프와 샌더슨을 지지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다. 양당체제가 공고하게 자리 잡은 미국에서 양당의 후보들은 당 내 거물급 정치인들이며, 그들이 내놓는 정책 역시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식상하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정치체제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제도화된 수단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이번 경선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보여준 ‘트럼프·샌더슨 현상’은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다. 미국 유권자들은 기득권이 되어 민의와 거리를 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기존 정치권의 변화를 원한다고. 4.13 총선을 앞둔 오늘날 우리의 선거에서 정책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실종상태이다. 오직 관심의 초점은 각 정당이 내놓는 후보 공천결과이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기존 정치권에 전달할 메시지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투표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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