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윤나영 기자 yoonna_10@naver.com

지난 18일(금), 이재명 성남시장이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게재한 글 ‘한심한 대학생에 한심한 지도교수, 그리고 한심한 대학’이 화제가 됐다. 그는 “들은 바에 의하면 상당수 대학생들이 이번 선거일에 MT를 간다고 한다”며 “오늘날 청년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 중 하나는 청년의 정치적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지적한 것이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본지는 지난 23일(수)부터 25일(금)까지 3일간 본교 학우 1,005명을 대상으로 ‘숙명인의 선거 및 정치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1.9%p) 

◆ 79.7% 숙명인, 투표 계획 있어
20대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문제는 선거 기간마다 제기돼 왔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선 이례적으로 20대 투표율이 68.5%를 기록했지만, 2000년대에 치러진 제16대~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한 번도 50%를 넘지 못했다.

본교 학우들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날짜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62.9%(632명)의 학우가 ‘정확하게 안다’고 답했다. ‘대략 안다’고 답한 24.9%(250명)의 학우를 포함하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알고 있는 학우는 응답자의 87.8%(882명)에 달했다. 

또한 과반을 넘는 학우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것임을 밝혔다. ‘꼭 투표할 것이다’고 답한 학우는 54.4%(547명), ‘가능하면 투표할 것이다’고 답한 학우는 25.3%(254명)로 응답자의 79.7%(801명)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할 계획이 있었다. 투표하지 않을 예정이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한 학우 204명(21.3%) 중 128명은 선거권이 없어 투표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이들을 제외하고 유권자인 학우 877명 가운데 91%(801명)가 투표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학우들이 투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후보의 공약’이었다. ‘투표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복수응답 가능)’을 묻자 69.6%(663명)의 학우가 ‘후보의 공약’이라 답했다. 이어 42.7%(407명)는 ‘후보의 소속 정당’을, 22.9%(218명)는 ‘후보자 개인에 대한 선호’를 중시한다고 답했다. ‘후보의 공약’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한 임다정(한국어문 14) 학우는 “후보자 개인의 성품이나 열정을 세세하게 알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선호하는 정당도 없어 공약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며 “공약 실행 가능성의 여부와 해당 공약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적합한 후보자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본교 강주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속 정당이 아닌 후보자의 공약을 더 중시한다는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며 “이는 선거에 대한 본교 학생들의 높은 의식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정당이 후보자의 성향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해 공약보다는 소속 정당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후보의 소속 정당’을 주로 고려한다고 답한 A 학우는 “야당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야당에 투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 20대의 선거 참여 중요하다고 생각해
투표 경험이나 계획 여부와 관계없이 응답자의 96.9%(973명)가 20대의 선거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20대의 선거 참여’에 대한 생각을 묻자, 67.5%(678명)의 학우가 ‘매우 중요하다’, 29.4%(295명)의 학우가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20대의 선거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임소영(문헌정보 15) 학우는 “20대 투표율이 높아지면 20대를 위한 정책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답한 배우리(역사문화 16) 학우는 “20대의 선거 참여는 민주국가를 이룩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후보자의 소속 정당에 휩쓸린 참여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2.5%(25명)의 학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2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선거 참여율이 낮아 그들의 투표권이 의미 없는 사(死)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20대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진다면 이들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충분히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학우들은 교내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선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투표 기회가 없었던 신입생을 제외한 699명의 학우 중 66.3%(464명)는 교내 선거에 투표한 경험이 있었다. 투표권이 있는 학우 중 77.3%(540명)는 교내 선거 방법을 숙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표 경험이 있다고 답한 B 학우는 “투표는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해 후보의 공약을 자세히 보고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투표한 적이 없다고 답한 2학년 이상의 학우는 235명이었다. 투표 경험이 없는 이유로 30.2%(71명)는 ‘잘 몰라서’, 25.9%(61명)는 ‘관심이 없어서’, 25.1%(59명)는 ‘투표 전 선거 무산’을 꼽았다. 이달 말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교 문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의 보궐선거는 후보자가 없어 무산됐다. 총학생회 보궐선거 또한 후보자가 없어 4월 5일(화)로 연기됐다. 

◆ 절반의 학우 ‘정치에 관심 있다’고 답해
설문에 응답한 학우 두 명 중 한 명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50%(502명)의 학우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82.4%(414명)가 ‘신문이나 뉴스 등 언론 매체’에서 정치 관련 정보를 얻고 있었다. ‘주변인과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학우는 13.4%(67명), ‘정치 동아리나 관련 대외활동을 한다’고 답한 학우는 2.6%(13명)로 그 뒤를 이었다. 주변인과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김소라(미디어 14) 학우는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 자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며 “현재는 소수 정당에 가입해 정당 사람들과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50%(503명)의 학우 중 36.1%(182명)는 ‘정치에 대한 흥미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24.8%(125명)의 학우는 ‘현실정치에 만족하지 않거나 기대감이 없다’, 19.9%(100명)의 학우는 ‘정치가 어렵다’고 답했다. 현실정치에 불만족하거나 기대감이 없다고 답한 임수영(영어영문 14) 학우는 “언론에서 정치인들이 서로 당파를 나누고 경쟁하듯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투표가 기존 정치에 변화를 주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정치에 흥미를 갖지 않는 대학생이 많다”며 “이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고 자신이 행사할 투표의 가치가 낮다고 느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투표의 가치와 권리의 소중함을 느낄 때 정치에 대한 흥미도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 숙명인 정치 성향 평균 6.2점으로 진보에 가까워
숙명인의 정치적 성향은 어떨까. 설문 결과, ‘중도’ 성향이라 답한 학우가 31.8%(320명)로 가장 많았으며, ‘진보’가 29%(291명)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보수’는 8.5%(85명)에 그쳤다. 정치 성향이 ‘없다’고 답한 학우는 25.5%(256명),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정확히 모른다’고 답한 학우는 5.2%(53명)다. 

한편, 본인의 정치 성향을 보수, 진보, 중도라고 답한 학우들이 그 정도를 10점 척도(가장 보수적 1점, 가장 진보적 10점)로 표시한 결과, 숙명인은 중도와 진보 사이에 위치한 평균 ‘6.2점’의 정치 성향을 갖고 있었다. 7점이라고 답한 학우가 25.4%(192명)로 가장 많았으며 6점은 18.8%(142명), 8점은 18.7%(141명)로 나타났다. 10점을 선택한 학우는 1.2%(9명)였지만, 1점을 선택한 학우는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학우들의 정치 성향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언론 매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9.2%(494명)는 자신의 정치 성향이 뉴스나 신문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언론 매체 다음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요인은 ‘부모님의 의견’이었다. 22.7%(228명)의 학우가 부모님의 의견에 의해 자신의 정치 성향이 형성됐다고 답했다. 이에 강 교수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매스미디어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은 당연하다”며 “가정의 경우 기본적인 사회화가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이데올로기가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17.5%(176명)의 학우는 ‘준거집단’에 의해 정치 성향이 형성됐다고 답했다. 준거집단이란 개인이 자신의 가치 및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준으로 삼는 사회집단이다.

◆ 학우들이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 한국 정치 현실과 달라
설문조사 결과, 과반에 달하는 52.7%(530명)의 학우가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7.2%(374명)의 학우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답한 학우는 15.5%(156명)였다.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답한 한슬아(교육 14) 학우는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단지 개인의 정치 성향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기준으로 쓰이는 것 같다”며 “정치 현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비교·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답한 권재영(LCB외식경영 15) 학우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그 안에도 다양한 방향성이 내포돼 있어 우리의 정치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 교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민주주의를 선도한 서구 국가들의 개념이다. 서구와 역사적·사회적 배경이 다른 우리나라 정치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심하고 스펙트럼 또한 좁게 형성돼 위의 개념으로 우리의 정치 현실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도 있었다. 26.9%(270명)의 학우는 ‘어느 정도 적합하다’고 답했으며, 1.8%(18명)의 학우는 ‘매우 적합하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적합하다고 답한 C 학우는 “보수와 진보의 구체적 개념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 완벽하게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정당의 정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생각해 어느 정도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2차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투표를 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이들이 35%로 가장 많았다. 정치인의 부패,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 현실, 정치와 개인의 삶은 무관하다는 인식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대학생들 역시 자신의 삶과 정치가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생각해 정치에 흥미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최근 ‘정치적 피로 현상(Voter Fatigue)’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한 만족감과 기대감이 사라진 청년층의 인식과 관련된 이 개념은 정치적 무관심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의 많은 청년층은 단순히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대신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 정치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 강 교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정치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며 “자신이 가진 투표권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했으면 한다”고 정치적 관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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