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강의]

▲ <그래픽=윤나영 기자>

 

 

 

 

      소비자경제학과
      최철 교수

 

 

 

 

우리들의 생활 속에 매우 가까이 있고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그 본질적인 측면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융이라는 것도 아마 그런 것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 학생들도 누구나 은행에 예금계좌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또한 뉴스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금융에 관한 것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금융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보아도 자금의 융통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나 부자가 되기 위해 잘 이용해야 할 수단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무언가 본질적인 또는 바람직한 정의는 아닙니다. 어떤 복잡한 것을 하나의 간단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떤 금융경제학(Financial Economics) 교과서에서 금융을 ‘한정된 자원을 시간에 걸쳐(over time) 배분하는 경제적 행위’라고 표현한 것을 저는 가장 좋아합니다. 여기서 주어에 해당하는 경제주체가 생략되어 있는데 개인이면 개인금융(personal finance), 기업이면 기업금융(corporate finance), 그리고 정부라면 정부금융(public finance)으로 나누어집니다.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은 재무적 또는 비재무적 자원이 모두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제학의 본질적인 원리를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시간에 걸쳐’라는 것은 시간을 넘나드는 금융의 가장 중요한 특성과 의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오늘 자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금융자산 등에 운용하여 미래의 재원으로 이전시킬 수 있고, 반대로 오늘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차입을 통해 미래에 기대되는 자금을 오늘로 이전시킬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경우 일생 동안 주어지는 자원을 필요한 시점에 배분함으로써 생애효용(lifetime utility)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는 여러 목표들을 이루며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를 합니다. 이러한 소비를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개인에게 있어 금융의 궁극적인 의의는 바로 생애효용의 증진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금융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금융의 이러한 의의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중요한 분야가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입니다. 그동안 금융에 관한 한 주로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학문의 체계가 수립되고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개인금융의 영역은 비교적 미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바뀌고 우리 사회가 당면할 미래 경제여건의 불확실성도 증가하여 개인 재무설계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금융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정의한 금융의 거래대상은 자산과 부채뿐만 아니라 위험까지도 포함합니다. 시간에 걸친 자원의 배분을 다루기에 당연히 금융을 이야기할 때 위험이라는 것이 항상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위험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동질적으로 갖게 되는 위험, 예컨대 질병이나 사고의 위험까지도 금융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재무설계는 개인의 일생에 걸친 종합적인 재무목표 달성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과정으로서 비록 젊은 세대라도 먼 미래에나 생각해볼 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전략을 미리 수립하고 준비함으로써 그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나 생애효용을 극대화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우리나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이해력 조사결과에서 20대의 전반적인 금융이해력 수준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매우 낮고, 돈에 대한 인식이나 미래를 위한 대비와 같은 금융태도 점수가 금융지식 점수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어떤 전공분야에서 공부하고 있든지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도,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금융지식을 꼭 갖추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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