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정도는 괜찮아” 무심코 마신 술 한 잔이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여성의 하루 적정 음주량은 주류별로 맥주 500cc, 소주 두 잔 반, 와인 한 잔 반, 막걸리 두 대접으로, 남성의 하루 적정 음주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두 잔의 알코올이라도 우리의 몸속에서는 암 발생률을 높일 뿐 아니라 임신 중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위험한 음주. 여성, 음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여러 연구들은 알코올을 간암, 대장암, 유방암, 식도암, 구강암, 인후두암 등 각종 암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본교 이은경 보건의료센터 간호사는 “알코올은 식품이 아닌 단독 성분으로, 체내에서 소화·흡수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건강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는, 아무렇지 않게 넘긴 술 한 모금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Harvard T 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여성이 하루 5~14.9g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암 발생 위험률이 13% 증가한다. 하루 한 잔의 음주만으로도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알코올은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의 발생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이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을 저하시켜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등의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 음주는 소량의 알코올을 섭취한다 해도 암의 발생, 사망률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외에도 음주는 여성에게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여러 가지 신체상의 문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임신’과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 간호사는 “물론 알코올이 남성의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쳐 정자 생성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임신 중 여성의 알코올 섭취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란 임신부가 임신 중 음주를 했을 경우,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이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의 증상과 심각성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신체적으로는 중추신경 및 신경발달 장애, 안면기형, 발육지체 등을, 정신적으로는 정신 지체 및 학습 장애 등을 특징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 전 음주 경험이 있는 이들 중에서 임신 중 금주를 하는 여성은 54.5%에 그쳤다. 이 간호사는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두 잔의 음주를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 그러나 임신 중인 여성의 음주는 그 양이나 음주 횟수에 관계없이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 발생부터 임신까지, 여성에게 음주란 독약과도 같다.

이와 같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체내 수분량, 혈액량, 알코올 분해효소(ADH, 알코올 탈수소효소) 등 생물학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 간호사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내 수분량과 혈액량이 적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이 혈중에 남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알코올 분해효소를 20% 정도 적게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분해 과정에서도 남성에 비해 여성은 50%의 알코올만 분해할 수 있다”며 “체내에서 알코올이 해독되는 과정이 더디다보니 체내에 독성 물질이 더 오래 남아있게 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여성 음주는 각종 질병을 가져다주는 주된 원인임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월간 음주율은 2005년 32.9%, 2007년 41.5%, 2011년 44.2%, 2014년 46.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가의 원인은 크게 ‘여성의 사회진출 활성화’와 ‘저도수 주류의 인기’ 두 가지로 나타난다. 이 간호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저도수 주류의 시판이 늘어남에 따라 여성이 음주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 전반적으로도 20~25도 사이를 오가던 소주 도수가 10대 후반으로 줄어드는 등 저도주 문화가 생겨났다. 지난해 국내 주류시장에서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과일향이나 탄산, 소다수 등을 첨가한 주류들이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본교 학우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주류도 ‘과일소주’였다. 본지가 지난 9일(수)부터 11일(금)까지 3일간 본교 학우들 9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숙명인 앙케트 조사’ 결과, 응답자의 35.7%(343명)가 가장 즐겨 마시는 주류로 ‘과일소주’를 꼽았다.

이처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모든 여성들이 음주를 완전히 금하기란 어렵다. 이 간호사는 “술을 완전히 끊을 순 없더라도 하루 적정 음주량(그래픽 참고)은 지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될 때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이 물과 5대 영양소에 들어가는 성분들이다. 이 간호사는 “커피나 음료수가 아닌 생수를 많이 마시고, 기본적인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등 평소의 식이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간호사는 “일반적으로 흡연을 떠올리면 여성의 건강에, 특히 임신 중에 굉장히 해롭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소주나 와인 한두 잔의 음주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위험에 대한 별다른 의식 없이 섭취하는 한두 잔의 술이 암, 태아 알코올 증후군 등을 유발해 여성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비율.
**기사 속 출처가 표기되지 않은 수치 등의 내용은 「여성의 안전과 중독」(이보혜, 2014),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 주류편」, 본교 이은경 보건의료센터 간호사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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