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난 13일(일) 오후 6시경, 국내 언론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세돌이 이겼다’는 속보를 전했다. 소식이 전해진 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이세돌 9단의 표정, 행동, 말, 알파고의 resign이 포털사이트 곳곳을 도배했다. 정보의 폭포 속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건 이 9단의 복기(復碁) 장면이었다.

복기는 대국이 끝난 후 승패와 무관하게 서로의 수를 되짚어가며 의견을 논하는 것으로 바둑의 예(禮)다. 승리를 거머쥐었음에도 이 9단이 복기하는 모습은 필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계기가 됐을 거다. 성공 후의 복기는커녕 실패하더라도 ‘쿨’한 거라며 뒤조차 돌아보지 않았던 자신을 말이다.

숙대신보의 복기는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30분, ‘평가회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수업시간에 제출한 과제의 복기는 교수의 피드백으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인생의 복기는 언제 하는 것일까. 아플 때, 힘들 때, 포기하고 싶을 때다. 복기는 자신의 실수, 치부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과정이기에 더 예민하고 모질게 실수와 치부를 따져야 한다. 조훈현 9단은 복기에 대해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플수록 더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복기도 마찬가지다.

비정의 시인, 의지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유치환의 시 중 「바위」라는 시가 있다. 인생에서의 복기란 ‘애린에 물들지 않고/ 회로에 움직이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성공 속에서도 실수를 찾고, 실패에서도 성공의 키를 탐구하는 것이 진정 성공한 인생으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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