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누군가는 적어도 잊지 말아야죠” 1월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 속 대사는 뇌리에 박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었다. 그리고 지난 1일(화), 이 대사는 다시 머릿속을 스쳐지나 환청처럼 들려왔다. “누군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을 본 후였다.

작년 4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무지의 심각성을 느꼈다. 취재 차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였다.(본지 제1295호 4면 참고) 당시 박물관 내부는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했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폭탄 소음은 필자를 공포에 떨게 했고, 박물관 계단 옆에 걸려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그림을 통해 전시상황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의 무지를 반성하며 박물관에서 떠올렸던 생각들,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리라 생각했다.

‘부끄러움’ 작년 12월 말,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협의안을 타결했다는 기사를 보고 느낀 감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협의’라며 분노했지만 필자가 기사를 접한 후 느낀 감정은 분노, 어이없음, 그 어떤 것도 아닌 ‘부끄러움’이었다. 비합리적 협의에 대해서 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박물관에 다녀왔던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박물관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혹은 일본군 ‘위안부’에 무지했다면 이 부끄러움은 덜 했을지 모른다. 작년 4월의 다짐과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무너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이 모든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부끄러움’ 그 자체가 됐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서서히 잊으며 살아간다. 어제 먹었던 점심, 지난주에 봤던 광고,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교과서 내용 등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잊는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잊지 말아야 하는 기억이 있다. ‘문화적 증거물’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라며 조정래 감독이 영화 <귀향>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오늘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생각하고, 다짐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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