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시 성장비결, '소통과 공감'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얻어 웃음과 공감을 주는 ‘SNS 시’가 큰 관심을 받으며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SNS 시인’은 본인의 SNS 공간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며 활동하고 있다. 인기 시인의 경우 창작시를 SNS에 게재할 경우 수많은 ‘좋아요’를 받으며, 단시간 내에 많은 사람들의 계정에 공유된다. 이와 같은 시인의 인기는 SNS 시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에서 비롯한다. SNS 시인 하상욱의 전자시집 「서울시」는 출간 열흘 만에 다운로드 기록 3만 부를 달성했으며 높은 인기에 힘입어 1년 뒤인 2013년에는 종이책으로도 발간돼 현재 2권까지 출판돼 있다. 이 외에도 SNS 시인 이환천은 시집「이환천의 문학살롱」을, 최대호는 시집 「읽어보시집」과 「이 시 봐라」를 출간했다. SNS상으로만 인기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시집을 구매하고 구독하는 두터운 팬층까지 생긴 것이다.


SNS 시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박새미(행정 11) 학우는 “재밌는 글을 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시인들이 개인 SNS에 시를 올리면, 독자들은 이러한 SNS 시를 스마트폰에서 터치 몇 번으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개성 있는 손글씨와 솔직한 내용으로 주목받은 시인 최대호는 “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기를 바라서 SNS에 공유하게 됐다”며 “SNS는 별도의 비용 없이도 글을 올리고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마운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중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본교 김진희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SNS 시의 내용이 일상적인 소재로 공감을 느끼게 해 대중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중과의 ‘소통’이 인기를 얻은 요인이라고 해석하며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낯익은 언어를 감각적으로 조합하는 것은 SNS 시의 장점”이라 평했다. 실제로 SNS 시에서 주로 쓰이는 소재는 회사에서 일어난 일, 연애, 다이어트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SNS 시가 주는 공감이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 본교 이현정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공감의 순간이 아주 짧게, 읽는 순간 바로 오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SNS 시를 읽을 때는 행간의 의미를 복잡하게 해석해 내지 않아도 의미가 바로 전달돼 현대인들이 즐기기에 간편하다는 것이다.

◆ SNS 시, 문학과 문화 사이
한편 SNS 내에서 기발하게 언어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정제되지 않은 SNS 시의 표현을 우려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이 반복된다면 SNS 시의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SNS 시인들이 언어 사용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 또한 “SNS 시는 간단하고 빠르게 이해돼 느껴지는 감동이 마음 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고 SNS 시의 문제점을 짚었다. “시는 언어로 미적 구조물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에 “SNS 시처럼 성급히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술의 영역인 시문학과 SNS 시는 서로 다른 장르다”라고 말한다.

SNS 시의 장르에 대한 논란은 늘 언급돼 왔다. 예술의 한 영역인 시문학으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디지털 시대에서 새롭게 생겨난 문화나 B급 정서로 봐야할지가 그 내용이다.  SNS 시집 「이환천의 문학살롱」은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는 파격적인 문구로 표지를 장식했다. 이 시인은 “SNS 시가 시문학이 아니라는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본인은 “SNS에 공유한 창작시가 시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창작 활동 자체를 즐길 뿐만 아니라 생각을 풀어서 시인 나름의 심도 있는 글을 쓰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SNS 시가 문화와 문학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했다. 시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어 젊은 세대가 느끼던 시문학과의 괴리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SNS 시인들은 한국 현대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기존 시인들과 SNS 시인들이 소통한다면 한국현대시의 새로운 발전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로 문단에 등단한 시인 김상혁은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에서 열린 SNS 시인시대전에 짧은 해설을 여러 개 남기며 SNS 시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반면 최 시인은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는 유쾌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SNS 시 또한 시문학은 아니”라며 “간단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 시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SNS 시가 문학으로 구분돼야 하는지, 새로운 장르로 설명해야 하는지 각각 의견이 나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이 생각하는 시의 가치는 같았다. 이 교수는 시란 “현대인의 삶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와 같다”며 “시를 통해 상처와 슬픔을 위로받고 새 삶을 향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SNS 시인 이환천과 최대호 또한 “사람들이 창작시를 읽고 즐거움을 느끼며 웃을 수 있길 바란다”며 생각을 모았다. 장르가 무엇인지에 앞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위로가 돼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