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한파 및 폭염
일상으로 그 영향력 확대돼
현실로 닥쳐온
이상기후의 위험성

사계절은 우리나라 기후의 대표적인 특징이지만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 비해 봄과 가을이 급격하게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이상기후 현상은 다가올 봄의 산뜻함마저도 여지없이 집어삼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지방은 일반적으로 3~5월을 봄, 6~8월을 여름, 9~11월을 가을, 12~2월을 겨울로 구분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첫 폭염주의보는 5월에 발표됐다. 폭염주의보가 발표되는 5월을 더 이상 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한국 겨울 날씨의 특징인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이젠 옛말이 됐다.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기단의 세력 주기가 7일에서 2~4주가량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한사온을 대체할 육한일온(六寒一溫)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한반도의 사계절은 이상기후로 인해 분명 변하고 있다. 한반도를 점령한 이상기후에 대해 알아보자.

3박 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끝내고 청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제주공항을 찾은 김태환(남·21) 씨는 한파로 인한 비행기 지연 소식을 접했다. 1시간 뒤면 정상 운행이 가능하다는 항공사의 안내에 따라 김 씨는 공항 바닥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공항 바닥에 앉아 비행기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당시 혼란스러웠던 공항 상황을 회상했다. 비행기는 결국 결항됐다.

이는 비단 김 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제주공항 마비사태는 올해만 두 차례 발생했다. 지난 1월 23일(토)에서 25일(월), 2월 11일(목)에서 12일(금)까지 발생한 폭설로 많은 비행기가 결항됐고, 예기치 못한 사태에 숙소를 구하지 못한 수천 명의 사람들은 공항에서의 노숙을 택했다. 일상이 틀어진 이들은 곤혹스러워 했다.

대한민국이 첫 제주공항 마비 사태를 겪은 지난 1월 23일, 미국 워싱턴DC의 덜레스 공항에서는 총 3천 2백 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도심의 지하철은 운행을 중단했다. 미 당국은 5천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총 1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제주도와 워싱턴DC에서 벌어진 공황사태의 공통 원인은 ‘한파’였다.

한파란 24시간 이내의 기온 하강량이 일정값 이상이며, 동시에 최저기온이 정해진 한계값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정값과 한계값을 설정하는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 뉴욕에서는 기온 하강량이 21도 이상, 최저기온 한계값이 6.1도 이하로 내려가면 한파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 한파주의보와 경보를 발표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월에서 4월 중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내려가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이틀 이상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중대한 피해가 우려될 때 한파주의보가 발령된다.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도 이상 낮을 것이라 예상되는 경우에는 한파경보가 발령된다.

<그래픽=윤나영 기자>

최근 한국을 덮친 한파는 역설적이게도 북극이 따뜻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따뜻해진 북극은 차가운 바람이 동아시아를 향해 하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이번 한파의 근본적인 원인은 ‘폴라보텍스(Polar Vortex)’ 사이로 찬 공기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폴라보텍스란 북극과 남극의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위치하는 소용돌이 기류다. 즉, 폴라보텍스는 영하 50~60도의 차가운 공기를 묶어두는 주머니라고 할 수 있다.

폴라보텍스는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데, 이를 ‘북극진동’이라 한다. 북극의 온도가 낮을 때는 소용돌이가 강해져 북극진동지수가 양수가 된다. 반면 북극의 온도가 높을 때는 소용돌이가 약해져 북극진동지수가 음수를 띤다. 찬 공기를 잡아주는 폴라보텍스가 약해졌음을 의미하는 음수 북극진동지수 상태에서는 소용돌이 사이로 찬 공기가 쉽게 빠져나간다. 이번 겨울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유독 높아져 폴라보텍스 또한 크게 약해졌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의 양이 증가했고 동시에 강설량도 증가했다. 쌓인 눈은 태양복사열을 반사시켰고, 북극의 지표면은 평년보다 더 냉각됐다. 전체적인 북극의 온도는 올라갔지만, 지표면의 온도는 낮아진 것이다. 북극의 지표면이 냉각되면서 발생하는 한랭고기압의 영향으로 북극의 찬바람이 중위도 지역을 향해 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제트기류(Jet stream)’는 폴라보텍스를 벗어나 한랭고기압을 따라 남하하는 찬 공기를 막지 못했다. 제트기류는 따뜻한 기단과 차가운 기단이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에서 만나 1년 내내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부는 바람이다. 북반구에서 제트기류의 속도는 겨울에 빨라지고, 여름에는 느려진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고 제트기류의 속도는 감소했다. 따라서 폴라보텍스를 벗어난 찬 공기는 평년보다 쉽게 제트기류를 뚫고 한반도를 덮쳤다.

1월 24일(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도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추운 서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머지않아 정설이 될지도 모른다. 한파는 더 이상 단순한 겨울철 기후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이다.

제주공항을 꽁꽁 얼렸던 기록적인 한파가 오기 전, 이미 가뭄을 동반한 이상기후 현상 ‘폭염’은 지구를 점령하고 있었다. 폭염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발표된 폭염주의보는 5월 25일(월)부터 대구·경북·경남 지역을 시작으로 8월 17일(월)까지 총 101회에 달했다. 밤 최고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나타난 일수는 평년보다 2일 많은 4.7일로 나타났다.

지난여름 폭염이 유독 기승을 부린 이유는 ‘엘니뇨현상’ 때문이다. 엘니뇨현상은 적도와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높아지는 것으로, 그 자체는 이상기후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후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 경계되고 있다. 기상청의 「2015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현상은 관측 이래 역대 2위의 강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1천 5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11명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는 국내 한파 현상의 원인 중 하나이자 이상고온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과 우리 생활이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래픽=윤나영 기자>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지구의 생태계에 서서히, 그러나 거대한 변화를 불러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한라산 생태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해발고도 1950m의 한라산은 고도마다 기온이 달라 식생분포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라산은 그 다양성을 인정받아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지난 1월 18일(월), 제주조릿대의 분포가 확산되면 한라산이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로 한라산 내 기온이 상승하면서 온난한 기후에서 생장하는 제주조릿대의 서식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조릿대는 과거 한라산 해발고도 600m와 1400m 사이에 부분적으로 분포했지만, 현재 백록담까지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40여 년 전 해발고도 1400m 대에 분포하던 소나무는 현재 1490m 부근에서 생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소나무의 점령 범위가 백록담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서늘했던 한라산 정상부도 점점 따뜻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한라산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해발고도 1400m 이상부터 백록담까지의 아고산지대에서 분포하던 구상나무의 서식지가 크게 줄었다. 지난 40년 간 말라 죽은 구상나무 개체 수 또한 적지 않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지난 2월 13일(토) 개최한 ‘한라산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 현장설명회’에서 한라산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 1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 밝혔다. 다른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릿대를 직접 베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한라산국립공원은 파괴된 생태계를 수습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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