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공과대학 기획 특집]

<그래픽 = 윤나영 기자>

“융합적 사고를 지닌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전공에 대한 이해와 전공 간 상호보완이 우선돼야”

올해 본교는 10번째 단과대학으로 공과대학(이하 공대)을 출범했다. 2012년 9월에 황선혜 총장이 취임한 이후 ‘본교의 발전을 위해 공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한 지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공대를 신설하는 데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설계자’의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공대설립추진사업단의 부단장이자 화공생명공학과의 교수인 이시우 교수다. 지난주 22일(월) 오후, 본지는 ‘본교 공대의 미래상’에 대해 듣고자 이 교수를 만났다.

 ◆ 숙명여대만의 공대를 설계하다

“숙명여대에 와서 여성 공학 인재를 키우는 게 보람찬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수는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항공대)에서 30년간 재직하다가 작년 여름에 본교 공대설립추진사업단의 부단장으로 오게 됐다. “국내, 세계 최고 공과대학에서 공부했고 포항공대를 설립했던 경험이 있어 숙대 공대의 설계자로 나를 불러준 것 같다”며 이 교수는 겸손한 자랑을 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후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1호 교수로 부임했다. 포항공대가 개교하기 전부터 학칙개정, 교과과정을 만드는 데 참여해 교수진을 꾸리고 학생들을 선발하는 등 포항공대의 설립에 막중한 역할을 했다. “이후 포항공대에서 30년 간 재직하다 보니 그곳에서 내가 맡은 바는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 숙대 공대로 오게 됐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이 교수가 설계한 본교 공대는 현재 주목받는 분야인 ‘IT공학과’와 ‘화공생명공학부’ 2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신생대학은 과학계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기술들을 모아 시작할 수 있다는 이 교수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이유로 이 교수는 본교 공대의 경쟁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더불어 “타 대학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교 공대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력 있는 교수진을 구성하기 위해 이 교수는 교수진 선발에도 열을 올렸다. ‘신생대학이라 지원자가 적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최대 9명을 모집하는 데 400명 이상의 교수들이 지원해 선발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교수진은 심사숙고해 정예부대만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본교 공대를 설계하면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키워 숙명여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공학이든 기계공학이든 그 안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모든 분야를 다 하려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특화된 분야를 살려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섬세함을 요구하는 바이오나 첨단 소재 분야에서 여성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며 ‘숙명여대의 강점을 살린 공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융합’의 첫걸음, 전공 기본기부터

이 교수는 본교 공과대학 학우들을 어떻게 길러내려고 하는 걸까. 이 교수는 “융합적 사고와 실무 경험을 갖춘 숙대 공대생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자가 ‘융합적 사고’를 강조한 이유에 관해 묻자 이 교수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도 본체에 필요한 소재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려면 ‘각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이러한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한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학문 개념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저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에 맞추기보다 ‘융합’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을 드러냈다.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전공에 대한 내실을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른 분야와 융합하면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전공 기초를 확실히 다진 후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의 역할은 학생들이 뜻이 있다면 살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융합은 서로 다른 것을 합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호보완적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며 ‘융합’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포항공대와 본교의 예를 들며 “포항공대는 숙대 공대보다 오랜 전통을 갖고 있지만 지방에 있다는 핸디캡이 있다”며 “두 학교가 지난 6월에 학술교류협약을 맺은 만큼 서로 협력해 단점을 상호 보완하는 것이 융합을 현실적으로 이뤄낼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두 학교가 교수 간 공동연구나 학생 상호교류 등을 통해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공학도에겐 ‘경험’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공학이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융합적 사고력을 갖추더라도 실무 경험이 없다면 제품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공학은 실용가능한 것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해 생산라인을 알고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본교는 IPP형 일학습병행제를 공대 전 학과에 도입한다. IPP형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는 건 본교가 여대 중 유일하다. 이는 대학 수업과 산업체 현장훈련을 하나로 통합하는 교육과정으로 공대생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교 화공생명공학부는 3, 4학년 때 연구실 및 산업체 인턴 학점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이 졸업 전에 최소한의 실무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실무 경험을 위해 IPP형 일학습병행제 외의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여성 공학, 점차 중요도 높아진다

본교는 여대 중에서 두 번째로 공대를 만들만큼 ‘여성 공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 교수는 앞으로 ‘여성 공학도’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에듀 2015년 7월 1일자 “여자 공대생 급증해 10만명 육박… 이대 이어 숙대도 공대 신설” 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대생 중 여학생 비율은 16.1%이다. 이는 40년 전 전체 공대생 중 여학생 비율이 1%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 교수는 “이런 추이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라며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구절벽*과 고령화 사회로 인해 공학 분야에서 나타난 인력 부족을 여성 공학도가 늘어나면서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교수도 아직 여성이 공학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남녀 성역할이라는 ‘편파적인 인식’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여성 공학에 대한 토론이나 학회를 하다보면 차차 여성 공학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서울대 화공과에 진학한 이후 계속해서 ‘학생 교육’이라는 한 길만을 향해 걸어왔다.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제자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학생 교육에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향을 잘 잡고 가는 게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올해 신설되는 공대가 학교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대 설계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공대 설립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도와주신 만큼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인구절벽: 국가 인구 통계 그래프에서 급격하게 하락을 보이는 구간을 비유한 것으로 주로 어린이-청소년의 유년층인구 그래프가 어느 시점부터 절벽과 같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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