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고대 유적지인 ‘떼오띠우아칸’에서 웃고 있는 박소훈 학우. 떼오띠우아칸은 멕시코에 위치해 있다. <사진제공=박소훈 학우>

누구나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지만 선뜻 결심하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23살, 어린 나이에 망설임 없이 홀로 배낭여행을 떠난 한 대학생이 있다. 바로 박소훈(경제 11) 학우다. 박 학우는 2014년 4월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 북아프리카, 유럽, 북미, 중남미를 여행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며 누구보다 특별한 경험을 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박 학우가 꿈꾼 배낭여행
박 학우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세계여행을 꿈꿔왔다. 또한 그녀는 외국에 있는 친구와 펜팔(pen pal)로 지내며 외국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키웠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아보며 외국에 갈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단지 외국에 가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생활을 경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박 학우는 혼자만의 배낭여행을 결심했다.

박 학우는 “여행할 때 관광보다는 현지인들을 만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러다보니 유명한 유적지를 많이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각 나라 특유의 분위기를 잘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박 학우는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을 통해 현지 생활을 더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카우치 서핑이란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현지인이 제공해주는 집을 찾아 일정 기간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현지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매력은 박 학우가 호텔보다 카우치 서핑을 더 많이 이용하게 만들었다.

◆ 그녀가 겪은 특별한 일들
여행 중 박 학우는 생소한 외국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 쿠바에서 본 이른 아침 배급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공산주의 체제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쌀과 소금 등을 배급받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었다. 박 학우는 “익숙지 않은 광경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공산품이 비싼 탓에 돈이 아닌 샴푸, 펜 등을 구걸하는 쿠바 빈민들의 모습 또한 낯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학우는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는 쿠바에서 보기 드물게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진 한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 처음엔 그를 사기꾼으로 의심했지만 몇 마디의 대화를 통해 그가 영어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지만 선생님의 월급이 너무 적은 탓에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컵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박 학우는 “좋아하는 일을 그만 두고 컵케이크를 팔아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안타까웠다”며 씁쓸해했다.

기나긴 여정 중에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콜롬비아를 여행하던 중 ‘메데진’이라는 도시에서 우연한 계기로 두 달 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다. 카우치 서핑을 하던 곳에서 만난 친구가 한국어를 배우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박 학우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녀는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박 학우는 “한국이 생각보다 유명하다”며 “남미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박 학우는 음식에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찾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병아리 콩을 갈아서 튀겨 만든 중동 음식, ‘팔라펠’이다. 그녀는 오백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가격에 맛도 좋아서 자주 먹었다. 멕시코에서는 ‘타코’를 종종 찾았다. 박 학우는 “멕시코 타코와 한국에서 파는 타코의 맛이 많이 다르다”며 “멕시코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타코를 먹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브라질에서는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꼬챙이에 꽂아 석쇠에 구운 요리가, 쿠바에서는 칠천 원 정도면 먹을 수 있었던 로브스터가 기억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 그녀가 마음을 빼앗긴 나라, 멕시코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그중에서도 멕시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멕시코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됐다는 박 학우. 2주만 머물겠다는 처음 계획과 달리 3개월을 더 그곳에 머물렀을 정도다. 멕시코에서는 누군가의 생일마다 파티가 열렸는데, 모르는 사람이 참석해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박 학우는 “낯선 이들에게도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그들의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 또한 박 학우에게 멕시코가 매력적인 이유다. 박 학우는 멕시코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9살짜리 아이가 있는 25살의 어린 엄마를 만났다. 여행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한국에 돌아가면 지금껏 보고 느낀 것들을 다 잊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웠던 당시, 그녀가 건넨 조언들은 박 학우에게 큰 힘이 됐다. “너의 몸과 머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네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그녀의 말 덕분에 박 학우는 차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여행지인 브라질에서 여행을 마친 후에도 멕시코를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와 두 달간 더 머물렀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그녀는 다시 멕시코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 세계 최대의 사막이라 불리는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있는 박소훈 학우. <사진제공=박소훈 학우>

◆ 17개 나라에서 그녀가 얻은 것
여행 기간 동안 박 학우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고왔던 것만은 아니다. 자유롭게 여행하는 그녀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요즘 취직도 어려운데 이 시기를 여행하며 보내는 네가 걱정된다” “여자는 취직할 때 나이가 중요한데 너무 많은 시간을 여행에 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을 하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여행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가치를 ‘여유로움’이라 말한다. “스펙에 연연해하고 조급해하던 예전에 비해 지금 내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는 박 학우.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여행 전까지는 막연히 취직하겠다는 생각에 그쳤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스페인어 자격증을 취득한 후 남미 계열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친구나 지인과의 여행도 좋지만 혼자만의 여행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그녀는 꼭 여행을 혼자 가보라고 추천한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와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혼자 있을 때면 본인을 성찰하고 평가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런 시간은 친구,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가질 수 없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박 학우는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여행을 망설이는 학우들에게 “20대 초반의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고민이 되고 조금 무리라 생각되더라도 여행을 다녀오면 다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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