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본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영(컴퓨터과학 14) 학우의 하루는 늘 해야 할 일로 가득하다. 그녀는 “20살이 된 이후 주변에서 ‘20대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싶어서 여러 경험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학우는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며 “그들을 보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완벽한 스펙을 원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그녀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미래를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그녀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기대감에 열정이 넘쳤다. 그녀는 ‘대학 생활의 꽃은 동아리 활동’이라는 말 때문에 본교 리더십 그룹 ‘숙명 통역 봉사단’에 들어갔고 전공과 관련된 IT 연합 동아리에도 가입해 성실히 활동했다. 1학년 겨울 방학에는 ‘젊을 때 운전면허를 미리 따 놓으면 좋다’는 부모님의 말에 운전면허 학원을 다녀 면허증을 취득했다. ‘대학생이라면 교환 학생을 한 번쯤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어 학원을 다니며 토플(TOEFL)을 공부했다. 방학 동안에는 전공 공부를 위해 매일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녀는 “방학은 원래 쉬는 기간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마음이 괜히 불안해졌다”며 “결국 컴퓨터 학원도 등록하고 봉사 동아리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 학우는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점점 지쳐 가고 있다. 그녀는 “지난 2년을 돌이켜 보면 ‘20대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일들이 ‘강박’으로 느껴졌다. 물론 시작하게 된 계기와 상관없이, 결과가 만족스럽고 보람찼던 활동도 있었지만 돌이켜 봤을 때 ‘그것들이 당장 필요한 일이었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녀는 “‘괜히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나중에 해도 되는 일마저 성급하게 다 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아직 필요하지 않은 일까지 앞서서 해버려 더 이상 할 것을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도 꿈을 이루기 위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멈출 수 없다. 여기서 멈춰버리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뒤쳐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게 된다”며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대의 강박으로 시작했던 일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찾았어요”
익명을 요구한 21살의 A학우는 최근 ‘연애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다. 주변에서 그녀에게 연애를 하라고 재촉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이말삼초*’라는 은어로 그녀를 놀리기도 한다. 그녀는 “주변에서 대학생 때 사랑은 꼭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며 “왜 연애를 하지 않냐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점점 자존감도 낮아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녀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게 생활하고 있고 친구들도 많아 외롭지 않다. 그럼에도 친구들의 잔소리를 듣다 보면 자신이 패배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어른들에게 ‘젊었을 때 여행을 가야 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듣는다. 나중에 취직을 하면 여행갈 시간이 없으니 학교에 다닐 때 마음껏 여행하라는 것이다. 그녀는 “평소 여행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친구들이 SNS에 올리는 여행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가야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대가 느끼는 강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그녀는 “20대의 강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박으로 인해 했던 것들이 나중에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부모님의 요구 때문에 영어 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다. 그녀는 “그 당시에는 정말 하기 싫었지만 영어 성적 덕분에 면접에서 가산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엔 강박이었던 영어 공부가 후에 도움이 된 것이다. 또한 20대의 강박으로 시작했던 일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찾기도 했다. 그녀는 “스펙을 위한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이 내게 이렇게 큰 존재가 될 줄 몰랐다”며 “이제는 동아리 활동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말삼초 : 2학년 말에서 3학년 초까지 연애를 못하면, 평생 연애 하지 못한다는 뜻의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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