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나영 기자>

글 쓰는 것이 좋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역사 이야기 한 편이 베스트셀러 『스캔들 세계사』가 되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스캔들 세계사』는 딱딱하고 어려운‘역사’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말랑말랑한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유명 인물의 개인사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펼처나가 역사 초보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 책, 문학을 좋아하던 그녀. 평범한 여대생에서 시작해 28세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주은(영어영문 08졸) 동문을 만나봤다.

◆ 베스트셀러 『스캔들 세계사』의 탄생
이주은 동문의 베스트셀러 『스캔들 세계사』는 본교 학우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여름방학에 고향에 가던 기차 안이었어요. 심심해서 할 일이 없을까하다가 커뮤니티에 짧은 역사 이야기 한 편을 작성했죠” 가볍게 올린 글이었지만 반응이 뜨거웠다. 연재를 요청하는 댓글로 그녀는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눈숑눈숑 역사탐방’을 연재했다. 물론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의 1/3정도밖에 되지 않는 매우 짧은 글이었지만 ‘눈숑눈숑 역사탐방’을 하루에 한 편 꼴로 연재했다고 한다.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글은 어느새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까지 도착했다. “게시판에 게재되는 순서에 따라 글이 뒤로 밀리자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블로그에서 글을 연재하기로 했죠” 네이버 블로그로 옮기면서 ‘눈숑눈숑 역사탐방’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졌다. 학우들처럼 일반인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포털사이트 메인페이지에 몇 차례나 게재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세계사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 그녀의 블로그 ‘동화보다 재밌는 세계사♡’는 해당 포털사이트에서 하루에 평균 천 명 이상이 방문한다.

“포털사이트 메인에 4번째 올랐을 때였어요. 한 출판사로부터 제가 연재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할 생각이 없냐는 쪽지가 왔죠” 처음 그 쪽지를 받았을 때는 진짜인지 계속 의심했다고 한다. “제가 그 때 그 쪽지를 무시하고 넘어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똑같은 삶이 계속 됐겠죠. ‘혹시’라는 생각에 쪽지를 열어봤어요. 만약 제의가 사실이라면 인생에 기억할만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했죠” 처음 책을 출판할 때는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책을 쓸 때만해도 ‘과연 이 책이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내 이름이 실린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이 동문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우들에게 들려주던 ‘눈숑눈숑 역사탐험’은 그렇게 『스캔들 세계사』가 됐다.

◆ 역사를 보는 특별한 눈
학창시절 내내 이 동문의 별명은 ‘책벌레’였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전공 수업에서도 영어학보다 영문학을 훨씬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해서 혼자 판타지소설을 써보기도 했다는 이 동문. 그런 그녀가 창작소설이 아닌 역사에 대한 글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세상사’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머릿속으로 상상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이것이 바로 그녀가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다.

이 동문의 역사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할까요. 우리는 역사교과서에서 일반적으로 악인과 선인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공부를 하잖아요. 그렇지만 역사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요. 모든 일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점들이 있기 마련이죠”

특히 그녀는 역사 속, 마녀사냥을 당했던 여성들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예를 들자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마리앙투아네트’를 사치스러운 악녀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이 사치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당시 대중으로부터 받았을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거예요. 당시 그녀를 폄하하는 인쇄물이 유행했는데, 말로 할 수 없을 만큼의 성희롱과 인격모독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어요”

그녀는 『스캔들 세계사』와 ‘눈숑눈숑 역사탐험’을 들려주면서 역사를 다각화하는 시각을 제시한다. “흔히 프랑스 혁명을 배울 때 왕족은 악인, 국민은 선인으로 인식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아요. 선과 악 중, 어느 한 부분만 보았던 거예요” 프랑스 혁명은 프랑스가 절대왕정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한발 나아가게 된 의미 있는 큰 사건이다. 그러나 선인이라 배웠던 군중들이 프랑스혁명을 행하던 그 상황 당시는 귀족이나 왕족의 어린아이들까지 성폭행, 학대, 살인을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우리는 그런 점들은 모르잖아요. 그저 군중이 승리했다고 배우는데 그렇다고해서 귀족이 악인, 군중이 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거예요”

◆ ‘눈숑눈숑 밀푀유’와 함께하는 티파티
2012년 봄에 문을 연 블로그 ‘동화보다 재밌는 세계사♡’는 이 동문에게 특별하다. 블로그 속에서 그녀의 역사이야기는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연재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책을 내면서 블로그를 그만 둘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럴 일은 없어요” 이 동문에게는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보다 블로그 주인 ‘눈숑눈숑 밀푀유’가 더 익숙하다. “책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게 아니라,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다보니 책도 출판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이 동문은 매일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을 보며 책임감도 느낀다. 새로운 게시물을 업데이트하면 하루에 방문자 수가 3,000~4,000 명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즐겨 찾아주시는데 책을 냈다고 해서 블로그를 그만 둘 수는 없죠. 꼭 역사얘기가 아니더라도 여행이야기라든지 주제를 바꿔서라도 블로그는 계속 할 예정이에요”

그녀는 블로그에 있다보면 ‘브런치’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블로그에서 보내는 시간은 마치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 같아요. 여성 방문자가 많아서 그런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하하호호 수다를 떠는 기분이죠”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녀는 모든 댓글을 확인하고 가능한 많은 댓글에 답을 하려고 한다. “블로그는 저의 집이고,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은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이라고 생각해요. 집주인으로서 손님이 저의 집에서 즐거웠다면 기분 좋은 일이죠”

◆ 28세, 평범한 베스트셀러 작가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는 이 동문은 지금 그 꿈을 이뤘다.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로서 포털사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치면 그녀의 프로필을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그녀가 소망하는 건 ‘더 유명해지지 않는 것’이다. “제 소망은 지나치게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냥 지금처럼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아! 내가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다’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도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사람 ‘이주은’은 그저 소박하고 평범하게 낭랑 28세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쓰고 싶던 글을 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도 행복하겠죠?”

▲ 베스트셀러 『스캔들 세계사』저자
이주은(영어영문 08졸) 동문

그녀의 역사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현재 이 동문은 어른들을 위한 역사이야기 책을 출간할 준비 중이다. 본교 도서관에 가면 학우들 사이에 섞여 자료조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28세의 베스트셀러 작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날에도 헤드셋을 끼고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면 상상하는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와는 달랐다. 블로그에서 댓글을 읽는 소소한 즐거움이 좋다는 그녀. 평범하고 행복한 베스트셀러 작가 이 동문과의 유쾌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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