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한 대화]

최근 예술·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표현과 해석의 자유, 숙명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주희(
한국어문14):
해석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사물이나 행위 따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 또는 그 내용’이다. 단어의 뜻에서도 추론할 수 있듯이 판단과 이해의 과정에는 당연히 주관성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온 이상 해석의 권한은 자연스럽게 작품의 수용자가 가지게 된다. 비록 그 해석이 작가의 의도와는 다소 동떨어지더라도 그것은 이미 작가의 손을 벗어난 문제이므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는 보편적인 윤리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즉, 해석과 표현에는 자유가 주어져야하지만 그 자유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는 것이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으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아영(생명과학 15):
아티스트로 변신한 솔로 여가수 아이유는 현재 자신의 노래 ‘제제’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이 됐다.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작품에 대한 해석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아동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은 제제를 섹시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결국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의견을 말한 것이다. 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경험한 바가 다른데 올바른 해석을 종용하는 입장에 오히려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옳은 것을 강조하는 것은 역사 국정화 교과서를 편찬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관념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이다.

조은정(문화관광 13):
표현의 자유와 해석의 자유는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창작을 통해 표현해야 한다. 또한 수용할 땐 비판적인 시각으로 해석해야 하고, 왜곡된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표현과 해석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그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고, 특히 이것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예술 분야에서는 더욱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제제’ 사건은 아이유의 재해석에 대한 질타가 아니라 음악으로 ‘제제’를 다시 그려내는 그녀의 표현이 우리 사회의 윤리와 어긋났기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거부감을 산 것이다. 그녀의 음악은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으며 예술적 표현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예술가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빈(중어중문 13):
어떤 작품을 보고, 새로운 해석을 부여해 창작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원작의 의도와 다르더라도 말이다. ‘피터 팬’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웹툰 ‘Pan’이 있다. 원작과 다르게 ‘Pan’에 등장하는 피터팬은 학교 폭력을 당한 아이들을 구원해준다는 명목아래 가해자들을 잔인하게 단죄한다. 원작의 의도와 다르게 피터팬이 그려지지만, 이 작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창작물에 제재를 가하는 건 그것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때 만이다. 다코타 패닝의 마크 제이콥스 향수 광고 사진이 “아동을 성적대상으로 보일 수 있게 한다”라는 이유로 광고가 금지됐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유의 ‘제제’가 논란을 빚는 것은 원작의 의도를 훼손해서가 아닌, ‘제제’로 응축돼 있는 지금까지의 그녀가 해 온 로리타 콘셉트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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