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그날이야?’ 월경이 다가올 때면 한 번쯤 듣게 되는 말이다. ‘그날’만 가까워 오면 온몸이 쑤시고 몸을 마음대로 가누기 힘들다. 그뿐만이 아니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끝없이 우울해지고 타인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처럼 월경 전, 여성들이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겪는 증상을 PMS(Premenstrual Syndrome), ‘월경전증후군’이라고 한다. 한 여성이 일생 동안 월경전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시간은 약 3000일 정도다. 3000일의 고통이라 불리기도 하는 월경전증후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월경과 함께, 벗어나래야 벗어날 수 없는 월경전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자.

◆ 월경전증후군으로 인해 괴로운 학우들
익명의 권 학우는 월경 기간이 다가오면 몸과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다. 체온이 들쑥날쑥하면서 열이 나기도 하고 허리와 관절 부분이 붓거나 저리다. 익명의 정 학우도 마찬가지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이면 온몸이 아파온다. 허리와 배가 아리고, 심할 땐 두통까지 몰려온다. 그럴때면 몸이 힘드니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익명의 박 학우는 월경 전이면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하다. 전날 충분히 수면을 취음에도 다음 날이 되면 꾸벅꾸벅 졸곤 한다. 또한 그녀는 “월경 전 가장 고민인 건 밥을 먹어도 허기가 진다는 점이다”고 말한다. 온종일 집에 있을 때면 손에서 먹을 것을 놓지 못할 정도라고. 정 학우도 월경이 다가오면 아무리 음식을 먹어도 허기진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하지만 신체적인 증상들보다도 견디기 힘든 건 급격한 심리적 변화다. 많은 여성들은 월경이 다가오면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불안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정 학우는 “월경 전엔 극도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져서 지인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며 월경 전 나타나는 우울증에 대해 토로했다. 권 학우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다. 어느 날엔 갑자기 서러운 기분이 들어 눈물이 북받쳐 올랐다”며 “월경 전 심리적으로 변화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겉으로 티를 내진 않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박 학우 또한 월경이 다가오면 감정 변화가 심해진다. 월경 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자기 비하를 일삼기도 한다. 이처럼 여성들은 월경 기간만 다가오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 월경 전 변화, 월경전증후군이 수많은 여성을 괴롭히고 있다.

◆ 월경전증후군, 원인은 호르몬의 불균형

<그래픽=윤나영 기자>


본교 오수용 보건의료센터 의사는 월경전증후군을 “가임기 여성의 황체기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월경 14일 전 자궁에서는 배란이 시작되는데, 배란 후부터 월경까지의 기간을 ‘황체기’라 지칭한다. 황체기 동안 여성에게 발생하는 신체적인 피로와 감정 기변이 바로 월경전증후군이다. 월경전증후군의 증상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건 아니지만 학우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통증, 우울, 불안감 등이 보편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월경전증후군과 같이, ‘증후군’이란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으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유사한 증상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월경 전 신체적, 정신적으로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 의사는 “월경전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월경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오 의사는 월경전증후군 증상은 여성의 월경주기를 조절하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그리고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물질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밖의 비타민과 미네랄 결핍, 과도한 염분 섭취, 음주나 카페인 등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서로 균형을 맞춰가며 여성의 생리나 임신, 수유를 가능케 한다. 하지만 두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어느 한쪽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이는 월경전증후군 외에도 각종 자궁·난소 질환을 유발한다. 월경주기에서 배란 전까지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우세하지만 배란 후에는 프로게스테론의 분비가 활성화되면서 두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두통, 복통 등의 월경전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상단 그래픽 참고)

월경 전의 심리적 변화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으로 인해 발생한다. 세로토닌의 부족은 우울증, 불안증을 유발한다. 오 의사는 “배란 후에는 유즙 분비 자극 호르몬인 ‘프로락틴’의 분비가 활성화되면서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감소한다”며 “월경 전 여성이 극도로 불안해하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심리 변화는 바로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경전증후군은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것이기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다.

◆ 월경전증후군, 벗어날 순 없을까?
의학계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70-90%는 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 월경전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 여성이 주기적으로 월경전증후군을 겪다 보니 병원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증상을 완화할 방법을 찾는 일이 많다. 정 학우는 직접 달력에 월경주기를 표시해가며 월경전증후군을 대비하기도 했지만 “달력을 확인해가며 마음의 준비를 해도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권 학우 또한 월경 전엔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등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호르몬의 변화를 조절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을 가라앉히기만 하는 것은 월경전증후군을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병원을 방문해 각자 상태에 맞는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월경전증후군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월경전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서 처방받은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들은 약을 먹거나 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는 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그 중엔 시중에서 판매되는 월경전증후군 치료약의 가격이 높다는 것이 있다. 박 학우와 정 학우는 심한 우울함을 이겨내고자 월경전증후군 치료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시도하지 못했다. 박 학우는 “저렴한 두통약이나 감기약보다 10배 정도 차이가 나더라”며 “약을 사 먹으려고 결심하고 인터넷으로 추천까지 받았는데 뜻밖에도 가격이 비싸 복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뜻 병원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정 학우는 “여성이라면 흔히들 겪는 증상이니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아가도 될지 고민하기도 한다. 정 학우는 “심리적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산부인과와 정신과 중 어디로 가야할 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오 의사는 “월경전증후군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 모두 병원 진료를 통해 상당한 개선이 가능하다”며 “고민하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월경전증후군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월경전증후군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의 증상에 맞춰 치료 방법의 상담이나 적절한 약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오 의사는 “월경전증후군은 월경 때 악화될 수 있는 다른 의학적인 상태들과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힘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월경전증후군이 호르몬의 변화로 발생하는 것인 만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충분히 포함된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월경전증후군 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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