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첫사랑’의 설렘과 ‘마지막 사랑’에 대한 그리움 중 아쉽고 미련이 남는 건 후자인 듯하다. 나의 ‘첫사랑’이었던 첫 배낭여행지는 유럽이었다. 유럽에선 아름다운 건축물들 덕에 눈이 즐거웠다.

지난 2년간의 배낭여행을 끝낸 나의 ‘마지막 사랑’, 마지막 여행지는 ‘동남아시아’다. 여행을 할 때마다 유럽이 떠오를 정도로 첫사랑은 강렬했다. 하지만 지금 유럽으로 향하는 파리 행 비행기와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방콕 행 비행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 청춘의 커다란 조각이 남아 있는 방콕으로 떠날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만난 것은 건축물이 아닌 자연이었다. 하늘 사이로 햇살을 느끼기도 하고, 에메랄드 빛 폭포를 마주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의 자연 앞에서는 억압과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유의 가치를 진정으로 경험한 그 순간의 기억 덕분에 일상에서도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구속과 억압을 느낄 때 이를 이겨 낼 수 있는 기억이 있으니 삶 속에서도 나만의 자유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동남아시아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문명세계의 환멸을 느낀 폴 고갱이 타히티에 마음을 빼앗긴 것처럼 서로의 시선에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산골마을로 들어갈수록 서로의 눈을 맞추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화면 속에 시선을 가두고 산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웃음 지을 일이 많아 행복했다. 앞으로 언제 다시 여행을 떠날지 모르겠지만, 동남아시아에서의 푸른 순간들은 내게 항상 위로가 되는 기억이다.

모두에게 사랑의 순간이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이 순간에도 용기를 내 사랑의 순간을 찾으러 떠난 모든 여행자를 응원하고 싶다.

경영 09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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