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올해 여름, 두 달간 유럽여행을 떠났다. 이 시기가 아니라면 긴 여행을 떠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결심한 여행이다. 나는 두 달간 총 12개국을 여행했다.

세 번째 목적지인 네덜란드에서 휴대폰이 떨어져 망가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대로 서서 펑펑 울고 말았다.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휴대폰 수리 센터를 찾아 헤맸고 한참 후에 발견한 수리 센터는 문이 닫혀 있었다. 결국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매장에 들어가 수리를 요청했지만 내 핸드폰 기종은 부품 신청을 하면 적어도 3주가 걸린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수리공은 여행이 많이 남았다면 중고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의 휴대폰으로 최소한의 연락만 하기로 결심했다.

여행에서 사진은 친구의 휴대폰으로 조금 찍은 것이 전부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다’는 말처럼 누군가는 내 여행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상황에 적응하면서 사진에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여행에서 본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지금도 눈을 감고 상상하면 골목마다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예쁜 건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중에는 휴식 중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친구에게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즐기라는 조언까지 할 정도로 나는 ‘눈으로 하는 여행’에 푹 빠져 있었다.

열차를 12시간 동안 탄 경험도 했다. 그 시간 동안 여행지에서 받은 느낌을 가이드북에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 내 책은 단순한 가이드북이 아닌 소중한 일기장이 돼있었다. 가끔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포기함으로서 평소에 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해 보는 것도 특별하다는 교훈을 얻은 여행이었다.

글로벌서비스 12 김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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