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단체티셔츠를 맞춰 입고 커다란 깃발을 휘날리며 민중가요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 지난 4월 30일 117주년 노동절 맞이 4.30 문화제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앉아 있는 대신, 일명 ‘운동권 대학생’이라고 불리며 ‘투쟁’을 외치는 그들은 학생운동을 통해 어떤 시대를 꿈꾸고 있을까.

옛날 옛적에, 학생운동이 있었는데?

학생운동이란 학생들이 교내 문제나 정치ㆍ사회문제 등에 대해 벌이는 활동이나 투쟁을 말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는 일본에 대한 반식민지 구국운동으로, 해방 이후에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성격을 띠었던 우리나라 학생운동은 각 시대마다 존재해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해방 이후의 학생운동은 ‘학생운동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대였다. 당시 운동권 성격이 강했던 대부분의 대학 학생회는 대학생들을 하나로 모아 군사정권과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었고, 소외계층과 노동계층에 관심을 돌린다는 의미로 직접 노동현장에 참여해 노동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야학이나 소모임 등의 교육 활동으로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옛날의 학생운동은 크게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민운동으로, 작게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문화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비운동권 학생회’가 대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고 있고 언론에서는 학생운동의 쇠퇴를 논하는 등 학생운동은 옛날이야기인 마냥 여겨지고 있다.

쇠퇴의 기로에 우뚝 선 학생운동

학생운동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을지언정 그것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4.30문화제에서 ‘한미 FTA폐기,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대학생들처럼 세상을 향해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운동권 대학생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보적이고 극단적이라는 학생운동의 이미지와는 달리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동덕여대에 재학 중인 전수경(문예창작 05)씨는 대학 입학 당시 할아버지로부터 동덕여대 학생들의 학생운동 이야기를 듣고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학생운동이 학교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방법이자 모교발전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 동아대에 재학 중인 김태주(법학 07)씨는 “비판적 사고와 실천력을 가진 지식인이 되고 싶다.”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는 자신의 평소 생각에 따라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학 입학 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운동권 대학생들이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자신이 느낀 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운동을 흔드는 시대와 견해의 차이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 운동권 대학생들은 쇠퇴의 기로에 선 학생운동이 대중들과 친숙해지고 보다 활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그들은 학생운동의 쇠퇴 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다수 운동권 대학생들은 학생운동의 쇠퇴 원인으로 시대의 변화와 견해의 차이를 꼽았다. 실제로 여러 매체들의 발달로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전 국민을 하나로 모을 강력한 동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최혜인(문화커뮤니케이션학 06)씨는 “독재정권시대에는 모두가 민주화를 열망했다.”며 “‘민주화’라는 목표가 이뤄진 이상 사람들은 투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들 간의 생각의 차이도 학생운동의 쇠퇴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요즘은 취업대란으로 대학생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적어지고 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장 김진랑(심리학 04)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비정규직, FTA와 같은 사회문제들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라는 틀 안에 대학이 있는 것이기에 대학생과 사회를 분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생운동이 전투적인 방법 때문에 대중들과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붉은 글씨로 현수막에 구호를 쓰고, ‘투쟁’을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은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처럼 화염병을 던지지는 않지만 민중가요에 맞춰 추는 딱딱한 느낌의 몸짓 등은 현재의 학생운동을 먼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실제로 4.30 문화제를 취재하고 있던 대구대 영광문화 교지편집국 이희선(동물자원 06) 국장은 “손목에 띠를 두르고 무대 위에서 ‘투쟁’을 외치는 운동권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운동권 대학생들은 자신 나름의 주관과 소신을 갖고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다. 학생운동이 비록 과정과 방법,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낯설게 느껴지긴 하지만 학생운동을 통해 더 나은 우리 사회를 꿈꾼다는 점에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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