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의 위기]

‘여대가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한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여대 공학화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다. 이미 여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했고, 몇몇 여대는 재정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화를 검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본교 일반대학원, 덕성여대 그리고 배화여대는 공학화를 추진했지만 반대 의견에 부딪혀 무산됐다. 본교 의사소통센터 신희선 교수는 “1990년대 들어 여대 4곳이 남녀공학 대학으로 전환됐다”며 “계속해서 여대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대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신 교수는 “복합적인 이유가 함께 작용한다”고 말했다. 먼저 수험생의 선호도가 남녀공학에 비해 낮다는 점이 있다. 특히 부모보다 수험생 본인이 여대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수험생 박혜림(19) 씨는 “여대에서는 상상하던 대학생활을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아 지원하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이 여대를 원하셔서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원서를 넣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수험생들이 남녀공학 대학과 여대 가운데 여대를 굳이 선택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관별 대학평가에서 여대가 저평가되는 것도 여대의 입지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의 경우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여대는 취업에 강세를 보이는 공과대학이나 의과대학이 없고 인문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여대 7곳 가운데 공과대학이나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은 이화여자대학교 한 곳뿐이며 본교는 내년부터 공과대학을 신설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획일화된 대학평가 기준 때문에 여대는 평가에 있어 남녀공학 대학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평가에서 여대 순위의 하락은 수험생의 선호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여대의 존립 이유가 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여대는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남성의 영역으로만 불렸던 국방, IT 분야까지 여성이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법과 정책 또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에게 여대의 설립 이유가 더는 의미가 없어 여대의 지위가 하락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여대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여대는 어떤 역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신 교수는 “여대의 역할은 재학생이 젠더(Gender)적 관점*을 갖고 사회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만을 교육시킨다’는 점을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만들어 우수한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아너스 프로그램’과 같이 여성 리더를 양성할 수 있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활성화해 여대와 남녀공학의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며 “특성화를 통해 공대, 의대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동부의 7대 명문 여대인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는 인문대학이지만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인력을 배출한다. 이는 남녀공학과 차별화된 여성 친화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재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여대의 하락세 속에서 본교가 주체적인 입지를 다지고 발전하려면 “교수사회에서 학생들을 성장시킬 방법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교수사회의 성찰을 주장했다.


최근 본교 대학원에서 추진한 공학화에 대해 신 교수는 여대의 차별성을 져버리는 것이라 말한다. 본교 대학원은 남녀공학대학원보다 인프라와 재원이 부족해 학생충원과 재정 확대를 위해 공학화를 결정했다. 신 교수는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공학화를 추진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일 뿐”이라고 말하며 대학원 교육에서 질적인 측면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가진 여성 인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본교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알맞은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젠더(Gender)적 관점 : 사회학적 성인 ‘젠더(gender)’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성의 사회문화적 관습을 폭넓게 인식해야 한다. 여성학이나 여권주의에서 자주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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