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일괄적으로 배포하려 한다. 현재 교과서 채택 제도는 검정제로, 국가가 검정한 교과서들에 한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 역사교과서가 국정제로 바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현 정부는 친일, 독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건이 논란으로 번지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은 유신정권 시절 독재를 했고, 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부친은 친일 행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친일과 독재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역사서를 집필하려는 것이 국정교과서 편찬의 주된 목적이 아닐까?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으로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현재의 역사관은 자학적이고 부정적이므로 이를 탈피하여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관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한국 근현대사에 주요한 내용인 일제강점기, 유신정권 등의 내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많이 약탈당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철도, 공장 등 일본이 만들어 준 자본 덕에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또 하나의 국정교과서 편찬의 명분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분열된 역사관으로는 사회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사회통합인데, 현재의 검정제 하에서는 서로 다른 역사관으로 싸움판만 벌어지고 있으며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일된 역사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정화를 도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므로 통일된 역사인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흐르는 물 같은 것이 아닌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나누며 그 시대에 비춰 가장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 역사가 아니던가. 국민 통합을 위한다는 이유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이 흐르는 물을 가둔다면 물이 썩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한번 썩은 물을 다시 깨끗한 물로 정화하는 데에 들어갈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이며, 썩은 물을 먹고 탈이 날 우리, 학생들은 누구에게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최지현(미디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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