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외면받는 대학신문
스마트해진 대학신문, SNS ‘좋아요’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대학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수면으로 올라온 지 오래다. 해마다 학보사의 예산이 줄어들고 신문을 폐간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대학신문을 읽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판대에 쌓여 줄어들 줄 모르는 신문을 보며 학생들의 무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학보사 명칭을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숙대신보 창간 60주년을 맞이해 본지 정서빈 편집장과 경희대학교 신문 ‘대학주보’ 백승철 편집장,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 ‘외대학보’ 이진형 편집장, 영남대학교 신문 ‘영대신문’의 천정우 편집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각 학교의 편집장들은 대학신문의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대학신문의 위기를 체감한 적이 있는가
영대신문 편집장(이하 영): 학교 내부에서 신문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지날수록 예산이 감축되는 학보사가 많고 대학신문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학생 기자의 수 또한 줄어드는 추세다. 학생들이 학생 기자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학교신문을 모르는 학생도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학교 구성원들이 대학신문의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외대학보 편집장(이하 외): 과거 외대학보 입사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었던 때가 있다. 그때에 비해 요즘은 지원자가 그리 많지 않다. 언론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조차 학보사에 지원하기보다는 언론고시반이나 스터디모임을 더 선호한다. 학생들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학교신문임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학생들은 취업이나 학업 정보에는 관심이 많은데 이러한 정보들은 학교신문이 아니더라도 학교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신문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커뮤니티나 SNS와는 차별성이 있어야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숙대신보 편집장(이하 숙): ‘대학신문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은 이전부터 들어왔다. 대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1980년대는 대학신문의 전성기였다. 당시 대학생들은 지식인으로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개인’이다. 개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사회 문제와 신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 또한 신문의 위기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종이신문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창이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종이신문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Q. 종이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대학주보 편집장(이하 경): 대학신문이 학생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선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기사를 쓰는 기자들마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소비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신문의 유통방식도 이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뉴스공급으로 전환돼야 한다. 현재 대학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는 대부분의 기사를 SNS 계정에 공유하고 있다. SNS에 공유된 기사의 조회 수와 댓글이 5~10배 이상 크게 늘었다. 앞으로 이미지, 영상, 카드뉴스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숙: 많은 대학생들이 바쁘다보니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생겼다. ‘일간지도 안 읽는데 학교신문 읽을 시간이 어딨느냐’는 것이다. 신문을 펼쳐놓고 읽을 시간이 없는 학생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숙대신보를 스마트폰으로 만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숙명여대 공식 어플 ‘스마트 숙명’을 통해 지면에 실린 모든 기사를 손쉽게 읽을 수 있다. 이번 학기부터는 기사의 주요 내용을 카드뉴스로 제작해 SNS에 공유하고 있다. SNS를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기사를 확인하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영: 영대신문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영대신문은 SNS에 올릴 콘텐츠를 전담하는 ‘디지털콘텐츠팀’을 구성했다. SNS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외부 객원기자를 모집해 기술력을 보완하기도 했다.

또한 이메일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영대신문의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의 교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영대신문의 발행소식을 알리고 있으며 교직원들로부터 피드백도 받고 있다. 뉴스소비의 형태가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온라인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Q. 학보사 내부적으로는 어떤 시도를 하는가
외: 항상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좋은 콘텐츠다. 대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자들은 학생들이 알고자 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숙: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도 학생이지만 기자가 쓰고 싶은 것이 곧 학생들이 읽어야 하는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숙대신보는 기자만 만족하는 기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읽기를 바라는 것’,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전달하려 한다.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학내 사항을 알려주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학내 사항만큼은 기성언론보다 학보신문이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영: 기사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기자의 역량을 높이는 데에 신경 쓰고 있다. 발간을 쉬는 방학 중에도 영대신문의 발전을 위해 고민한다. 대학언론 관련 세미나에 참여해 대학언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신문은 학교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대학신문이 학교의 역사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에 기자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신문이 없다면 학내에서 언론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대학신문의 위기가 대학에 미치는 악영향을 절실히 느끼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려 한다.

Q. 대학 내에서 대학 신문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숙: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발생한 일들을 알리는 것이 대학신문의 역할이다. 학내 사안을 보도할 때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학생들이 명확한 사실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학신문은 학생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독자들은 대학에 소속된 학생이지만 미래에 사회에서 활약할 중요한 구성원이기도 하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대학신문은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한 시야를 넓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영: 대학신문은 하나의 언론으로서 대학 내 정보전달, 비판, 의제설정 등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언론으로서 대학신문의 영향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언론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이 공감할만한 기사가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외: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학내 기구를 비판하며 학내 사안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메일을 통해 만 칠천 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응답자가 많아야 천 명, 적으면 오백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여론을 수렴하기 어렵다. 외대학보는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신문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Q. 대학신문이 추구해야 할 가치관은 무엇인가
외: 대학신문의 입장은 애매하다. 총장 혹은 부총장 산하기구이고 교비로 신문을 발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집권은 편집장에게 있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 대학신문은 학교의 문제 상황을 지적할 권리가 있다. 학교에 좋은 말만 한다면 그것은 학교 홍보책자 혹은 홍보지와 다름이 없다. 학교 아래 있다고는 하지만 잘못된 것에는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숙: 신문은 오직 사실만을 보여주며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사건이나 문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측면만 조명하지 않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기자는 기사가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기사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지만 기자의 사견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기사에서 객관적인 시각은 필수적이다.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따르는 어려움은 기자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정확히 이해해 전달하는 것이 기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다.

경: 학교 편이든 학생 편이든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신문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즉, 중립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맹목적인 중립은 가장 좋지 못한 태도다.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라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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