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이번 여행은 한여름 밤의 꿈같았다.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라온 여행 사진을 보며 계획에 없던 파리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부모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지난 학기, 개강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는 시간마다 유럽여행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 영국, 독일, 체코, 이탈리아로 최종 여행지를 결정했다.

한 달간의 유럽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꼽자면 독일 ‘퓌센’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노인슈반슈타인 성’이 퓌센에 있기 때문이다. 산 중턱에 있는 노인슈반슈타인 성에 도착하기 전, ‘마리엔 다리’에 도착했다. 마리엔 다리는 가파른 절벽에 나무로 만들어진 흔들다리다.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내내 무섭지 않고 행복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노인슈반타인 성 내부를 둘러보고 뮌헨으로 돌아갔다. 버스를 타고 뮌헨으로 향하던 중 익숙지 않은 풍경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영국인으로부터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는 말을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버스에서 그냥 내려버렸다. 고요하고 넓은 들판, 차도 사람도 하나 없는 시골 마을이 나를 반겼다.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다행히 도착 예정시간보다 15분 늦게 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뮌헨행 마지막 열차가 떠나버렸다는 것을 알고 다시 당황했다. 다행히 친절한 독일청년의 도움으로 다음 기차를 타고 무사히 뮌헨으로 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더 박진감 있는 여행을 만든 것 같다. 늦은 나이에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취업을 비롯해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정리돼 한국에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외국 친구들과 여행하는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넓고 크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우연한 계기로 떠나게 된 여행이지만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던 여행이었다.

무용 12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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