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나영 기자>

최근 급증한 몰래카메라 범죄
초소형 카메라의 구입이 쉽고
도촬된 영상 및 사진의 유통에 제한 없는게 원인

단속 및 제제를 가하기엔 법적 실효성 떨어져
단속 및 처벌 어려운 실정
보다 넓은 범위의 실질적인 법 개정돼야

지난달 발생한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부터 장소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몰래카메라 사건까지,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불안이 만연해 있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초소형카메라, 적외선 감지카메라 등을 이용해 보다 치밀한 수법을 쓰고, 해외 서버를 통해 촬영분을 유포함으로써 법의 감시까지 피해가고 있다. 어디서 누구에게 찍힐지 모르는 몰래카메라의 특성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몰래카메라의 심각성부터 범죄 만연의 이유, 관련 법규의 허점들까지, 몰래카메라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자.

◆ 몰래카메라 범죄에 휩싸인 사회
지난 9일(수)부터 10일(목)까지 교내 보안팀과 시설관리팀은 교내 모든 화장실 등에 대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전수 탐지했다. 시행 결과 몰래카메라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교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탐지한 건 본교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화) 덕성여자대학교 총무과에서도 1일(화)과 2일(수), 양일에 걸쳐 교내 전체 건물에 있는 화장실과 샤워장 등을 조사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총무과 관계자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함께, 학교 홈페이지에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탐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글이 게재돼 시행했다”며 “시행 결과 본교 내에선 몰래카메라가 단 한 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대학 사회 내 움직임은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몰래카메라에 대한 불안의 한 단면이다. 지금까지 몰래카메라 관련 범죄(이하 몰카 범죄)는 단순히 ‘관음증 환자들의 이상한 행위’로 치부돼,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 행위’로 인식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난달에 벌어진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은 우리 사회에 몰래카메라의 위협이라는 경종을 울렸다. 총 185분 분량의 해당 사건의 영상은 유명 워터파크 및 수영장 총 네 곳에서 샤워실과 탈의실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확인된 피해자만 200명에 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몰카 범죄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동안에만 약 4660건이 적발됐을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몰카 범죄가 일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다는 것이다.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의 경우, ‘건당 3-60만 원’을 지불하겠다는 의뢰를 받은 여성이 저질렀던 일이다. 이외에도 지난달 18일(화)에는 한 포털사이트 업체의 간부가 사내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다 적발됐고, 지난 9일(수)엔 한 경찰관이 지하철에서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지하철에서 행해지는 몰카 범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허벅지를 몰래 촬영하다 붙잡힌 한 남성은 무려 3천여 명의 여성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최근 3년(2012∼2014년도)간의 철도범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가 2배 가까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시 소재의 한 국립대에서는 사범대학의 조교가 여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고, 서울시 소재의 한 사립대의 여자 화장실에서는 전등 스위치처럼 위장해 있던 소형 카메라 한 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10대의 고등학생들도 몰카 범죄에 팔을 뻗고 있었다. 전북 고창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여교사들을 몰래 촬영해 논란이 일었다.

◆ 몰래카메라, 누구에게나 쉽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일(화)부터 4일(금)까지 실시한 ‘몰래카메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 적발 건수가 최근 8년 사이에 약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2400건에서 6623건으로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였다.

최근 들어 사회 전반에서 몰카 범죄가 성행하는 건 ‘접근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우리는 ‘몰래카메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종로 등 전자기기를 파는 곳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어렵지 않게 누구나 몰래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수십 가지의 판매 사이트가 나타난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6-70만 원에 몰래카메라용 캠코더를 구입할 수 있다. 이동식 저장장치(USB), 자동차 키, 라이터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부터 휴대전화 케이스, 외장하드 모양의 전문가용 캠코더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카메라들에는 소리 감지 기능, 적외선 탐지 기능 등 최첨단의 기술까지 보태져 유통은 쉽지만 단속은 더 어려워진 실상이다. 한편, 카메라의 활발한 유통은 도촬 장소가 공중화장실, 샤워실, 호텔 등으로 광범위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몰래 촬영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도촬된 사진이나 영상은 해외에 서버를 둔 웹하드 사이트나 성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된다. 한 번 인터넷 상에 공개되면 이 영상들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게 된다.

공식적인 계정으로 이용하는 SNS 상에서의 유포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이다. P2P나 관련 성인 사이트들 중에서는 어떠한 개인정보를 기입하지 않고도 가입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한 사이트에 가입을 시도해본 결과, 아이디, 닉네임, 비밀번호,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얼마든지 무료로 가입할 수 있었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필요 없었다. 심지어 아이디 입력란 옆에는 ‘정보 노출의 위험이 있으니 실제 사용하는 아이디를 적지 말라’는 경고 문구까지 있었다.

◆ 허술한 법조항, 빠져나가는 몰카 범죄

<그래픽=윤나영 기자>


이처럼 몰카 범죄는 다양한 형태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마땅히 없다.

몰카 범죄에 관련된 법률은 유포 관련법, 초소형 카메라 판매 관련법, 해외사이트 유통 관련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유포 관련법 중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의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 및 동영상 등을 촬영한 경우 최고형 징역 5년, 촬영은 동의했으나 판매·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촬영분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제공할 경우 최고형 징역 3년, 촬영과 유포 모두를 동의하지 않은 촬영분을 영리 목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고형 징역 7년에 처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의 기준이다. 법에서 말하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은 일반적으로 ‘음란물’을 뜻하는데, 법에서 다루는 ‘음란’이라는 개념의 범위는 매우 좁다. 성관계 또는 성기 노출의 범위 정도만 ‘음란’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흔히 몰래카메라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다리는 ‘음란’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 법의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지하철 등지에서 행해지는 여성의 신체부위 도촬은 형사법 위반이 아닌 민법 위반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신진희 국선전담 변호사는 “음란물이 아닌 도촬 사진 및 영상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며 “형사소송은 아니지만 민법에 의거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상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안에 속하는데, 초상권을 침해할 경우 민법 제750조에 따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몰카 범죄에 사용되는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법률 또한 실효성이 없다. 이는 전파기본법을 통해 처벌이 이뤄지는데, 전파인증*을 받지 않고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했을 경우 제재가 가해진다. 즉, 전파인증을 받으면 초소형 카메라 유통엔 문제가 없는 것이다. 혹여나 미인증으로  적발 되더라도 구입자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업소의 업주만 행정제재를 받는 데 그친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수백 개씩 몰래카메라 사진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대한 법적 제재도 거의 불가능하다. 몰래카메라 촬영분이 공유되는 사이트는 음란물 유통이 가능한 미국, 캐나다 등의 해외 서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개설자가 한국인이더라도 사이트는 해외사이트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법에 따르는 속인주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속인주의란 국제사법상 사람이 어느 나라에 있든 본국의 법에 따라야 한다는 주의다.

사이버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신 변호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판례가 없어 처벌의 기준이 애매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해외사이트 관련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 신고, 어렵지 않다
한편 일각에서는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 변호사는 “즉시 신고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현행범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폭행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신 변호사는 “지하철에서라면 출입문에 쓰인 차량 번호, 열차 방향, 호선 등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하고, 인상착의 파악을 위해 범인의 전신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 때 범인을 찍은 전신사진은 범죄가 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에서 본인의 동의 없이 촬영 및 유포된 사진을 발견했을 땐 사이버 경찰청에 신고하면 된다. 신고가 들어가는 즉시 사이버 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한다. 이때 게시물의 선정성에 따라 사이버 수사대의 대응이 달라진다. 음란물에 준하는 사진일 경우 범인을 추적하고, 음란물에 준하지 않는 경우엔 사이트의 게시물이 삭제 되도록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조취를 취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건 대처법이 아니라 몰카 범죄에 대한 인식과 법제도 개선이다. ‘몰래카메라 촬영은 그저 장난이다’라는 식의 가벼운 인식은 수많은 범죄를 낳았다.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몰래카메라 관련 게시물의 내용은 ‘단순 호기심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행위’였다는 변명이 대부분이다. 지난 7개월간 적발된 수 천여 건의 범죄들도 잘못된 인식의 폐해를 입증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는 명백한 범죄이며, 호기심이나 장난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위법행위다. 한편 신 변호사는 “법이 지능화 되는 몰카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몰래카메라 촬영분을 게재하는 사이트를 삭제, 폐지하는 등 보다 실용적인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파인증: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모든 휴대기기가 시판하기 전에 정부로부터 거쳐야 하는 인증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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