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讀書). 흔히 ‘독서’라고 하면 조용한 서재나 한적한 공원에서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탐독하는 ‘연구’ 혹은 ‘공부’를 생각한다. 연애소설에 눈물을 훔치거나, *꽃띠문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거나, 전공서적에 학구열을 불태우는 등 숙명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다양한 책을 선택하겠지만 대부분 ‘읽는 데’ 그칠 것이다. 읽기만 하는 독서가 아닌 놀면서 즐길 수 있는 신(新) 독서에 대해 알아봤다.


귀로 듣고 눈으로 상상하는 독서


라디오로 듣는 책, 이메일로 배달되는 시, 책으로 연주되는 콘서트……. 이는 모두 문학나눔추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문학나눔추진위원회는 국무총리복권위원회가 제공하는 기금으로 운영되며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독서의 감동이 배가 되도록 돕는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사업들은 문학나눔추진위원회가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문학포털사이트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에서 이뤄진다. ‘문학집배원’ 서비스는 시인 도정환씨와 소설가 성성제씨가 직접 선정한 시와 문장이 담긴 플래시를 이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이다. 현재 그 신청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 22만 여명의 독자가 매주 시와 문장을 배달받고 있다.

 

또한 국내 유일의 문학전문 인터넷 라디오 방송 <문장의 소리>는 시인 조연호씨가 연출을, 소설가 이기호씨가 진행을 맡고 있어 방송 가득 문학의 감성이 충만하다. 정적인 측면이 다분한 문학을 독자들이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문학작품에 대한 경쾌하고 참신한 코너들로 구성돼 있다.


<문장의 소리>뿐만이 아니라 KBS 해피FM <라디오 독서실>도 텍스트가 지닌 한계를 방송이 보완하면서 문학의 감동을 증폭시킨다. 또한 드라마로 각색된 소설에 작품해설과 작가소개가 곁들어죠 독자가 문학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청취자 김아영씨는 “소설이 각색된 드라마를 연기하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는 느낌이 든다.”며 “책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쓰면서 참여하고 읽으며 소통하는 독서


이처럼 여러 단체와 방송매체들이 독자들의 보다 효과적인 독서를 돕고 있지만 독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독자들은 각 시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이를 발판으로 보다 적극적인 독서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느낌을 자신만의 언어로 북로그에 담는다. 또한 자신의 서평뿐 아니라 타인의 서평에 대한 의견을 남기며 독서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처럼 읽고 쓰며 대화하는 서평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호응이 늘어나면서 누리꾼 서평은 새로운 독서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개인 북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정민희씨는 “수동적으로 읽기만 하던 독서 방법이 북로그와 같은 인터넷 서평공간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리꾼 서평의 활성화는 책 읽는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 책에 관한 정보가 한 개인의 폐쇄된 공간에 담겨있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기 때문이다. 좋은 책에 대한 예리하고 철저한 분석과 추천은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 독서지향을 유발함과 동시에 출판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누리꾼 서평이 출판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 효과가 탈색되고 있다. 출판사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누리꾼 서평단을 모집하는 것이다. 각종 상품권과 온라인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받기 위해 왜곡된 서평을 올리는 독자가 있는가하면 편집자가 독자로 가장해 서평을 쓰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이서윤씨는 “출판사가 판매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가짜 서평을 의도적으로 올려 피해를 봤다.”며 “누리꾼 서평의 활성화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독서


좀 더 역동적인 독서를 원한다면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해 열리고 있는 다채로운 책 축제를 추천한다. 남이섬에서는 오는 7월 1일까지 ‘제3회 세계책나라축제’가 열린다.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축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책 축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섬나라가 도서관입니다’라는 축제 슬로건처럼 남이섬 전체가 책에 관한 다양한 전시, 공연, 체험 등 각종 문화행사들로 가득하다.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교류팀 강소연 직원은 “아동도서가 축제의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록 밴드 공연이나 퓨전국악공연, 밀랍인형전 등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했다.


문학나눔추진위원회는 오는 17일(목)~18일(금)에 세종대왕릉에서 ‘문학나눔큰잔치’를 연다. 주제공연과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 시노래 동인 모임 나팔꽃의 ‘시노래콘서트’ 등으로 구성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독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장의 소리>의 자문을 맡고 있는 소설가 은희경(국문 81졸) 동문이 출연할 예정이라 더욱 반가운 축제가 될 것이다. 문학나눔추진위원회 김근 홍보팀장은 “독자들이 책으로 접하던 이야기들을 공연이나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독자들이 문학을 좀 더 가까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이 축제의 취지다.”라며 “독자들이 텍스트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 밖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를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꽃띠문학 : 2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소설을 뜻하는 치크리트(chick-lit)의 순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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