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대학생이 되고난 후 맞이했던 두 번의 여름은 아르바이트, 영어학원 그리고 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매번 똑같은 여름을 보내왔지만, 올해 여름은 내 인생의 가장 특별한 여름이었다. 한 달간 단짝 친구와 유럽 5개국 배낭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스위스 쉴트호른이다. 쉴트호른은 우리나라 백두산보다 조금 높은 해발 2,971m로 알프스의 수많은 봉우리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쉴트호른에 오르기 위해 인터라켄 동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고서야 비로소 뮈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뮈렌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뛰어놀 것만 같은 분위기의 작은 마을이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가까이 알프스 산맥이 그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청정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 모양이 섬세하고 화려하며, 한편 웅장하고 근엄하게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알프스를 바라보며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있는 사진이다. 바로 아래가 가파른 절벽이었는데도 사진 한 장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겁도 없이 찍었다. 그러고 나서 뮈렌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최종 목적지인 쉴트호른 전망대에 도착했다. 영화 007의 촬영지답게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360°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먹고, 서울에 계신 부모님께 엽서도 한 장 써서 보냈다.

스위스에서 보낸 날들은 답답했던 서울의 공기를 뱉어내고 청량한 공기로 가득 채울 수 있었던 힐링의 순간이었다. 여행자의 신분에서 벗어나 다시 생활인의 삶으로 살아갈 활기찬 에너지를 얻었다. 그리고 여행의 여운으로 나는 두 번째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어문 13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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