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예술고등학교 김도희

편지

툭, 툭, 목련 잎이 언덕 끝에서 한 장씩 떨어진다
손가락 없는 흰 손바닥이
한 장씩 겹쳐 만든 주먹을 풀고
벽돌 바닥에 손도장을 꾹 누르는 계절
목련은 썩은 자국을 남기며 동그란 활자가 된다

봄의 끝을 때맞추어 전하고자
한 장씩 힘차게 떨어지는 꽃잎
처음 글자를 그리던 내 손 위에 얹은
커다란 손바닥을 생각한다

울퉁불퉁한 글자를 쓰기 위해
동그란 내 손을 움켜쥐고 한 획씩
천천히 그려나가던 엄마의 손
겹친 주먹으로 새기던
흰 종이 위로 번진 사인펜 자국

그때는 읽을 줄 몰랐던 그 글자를
17년이 지나고 또 한 번의 봄이 끝나가고 나서야
목련의 갈색 자국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 유년의 글자로 쓰여진 바닥의 편지 위로
자그마한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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