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한국어문학부 교수), 최시한(한국어문학부 교수)

<거대한 틀>과 <이웃>이라는 두 글제 가운데 많은 사람이 앞의 것을 택하였다. 그게 보다 상상의 가능성이 크고 다양해 보이는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글제를 택하든, 이런 대회에서는 제목에 맞는 내용을 완성된 형태로 지어내야 한다. <거대한 틀>이라는 글제가 그야말로 너무 ‘거대’했는지, 사건 전개와 그것이 형성하는 의미의 초점이 글제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글들이 있었다. 게다가 이중 플롯, 환상적 요소 등을 도입하거나 청소년의 체험에서 너무 벗어나는 사건을 택하여 전체 구조에 무리한 데가 생긴 작품도 많았다.

수상작은 이런 문제점이 비교적 적은 작품들이다. 매화상을 받은 작품은 비눗방울 이야기를 처음과 끝에 배치해 통일감을 형성하면서 성적을 둘러싼 어머니와 딸의 갈등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하지만 그 갈등을 낳은 환경적 ‘틀’에 관한 인식이 약했다. 청송상 수상작은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를 주인공으로 삼은 설정이 참신했다. 어머니가 아기를 지우려고 하다가 낳게 되는 갈등 과정도 적절한 삽화를 활용해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다만 아기의 출산이 모자 모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품 내에서의 의미맥락이 애매하다. 백로상 수상작은 과장되고 풍자적인 스타일이 눈을 끈다.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 그것을 삶의 한 조건으로 바라보는 탄력적인 안목 또한 엿보인다. 서술도 중심적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결말짓는, 콩트 형식에 어울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갖출 것을 갖췄으므로 이 작품을 최고작으로 뽑는다.

많은 작품이 기법을 다양하고 특이하게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이므로,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요건 즉 사건 전개의 그럴듯함, 제재 혹은 초점의 명료성, 주제가 지닌 현실적 가치성 등은 항상 중요하다. 이들에 유의하면서 많이 짓다보면, 좀 더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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