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는 매년 회원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한다.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나라 앞에는 ‘최하위’ ‘꼴찌’라는 문패가 따라온다. 왜 우리나라는 행복지수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본지는 행복에 대한 숙명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자 22일(목), ‘행복 좌담회’을 진행했다. 권세련(가족자원경영 12) 학우, 김민영(시각·영상디자인 13) 학우, 이정민(생명과학 11) 학우가 바로 그들이다.

           ▲ 김민영(시각·영상디자인 13) 학우

최근 행복했던 경험이 있는가

세련: 행복했던 순간을 딱 꼽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모든 일에 ‘나 정말 행복하다’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방금 전에 조별과제를 마친 것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죠.

정민: 저도 비슷해요. 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어제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서 몇 명 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랑 같이 수업을 빼고 학원옥상에 올라가 라면을 먹으며 놀았죠. 그것도 제겐 행복이었어요.

반대로 최근 불행하거나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민영: 누구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감정을 느끼잖아요. 요즘은 그런데서 오는 불안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생각 할 때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 이정민(생명과학 11) 학우

자신의 행복의 기준은

민영: 행복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것 같아요. 평소엔 비오는 날을 무척 좋아하다가도 장마기간엔 비가 정말 싫어져요. 비 때문에 방에 곰팡이가 생기고 빨래가 잘 마르지 않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적재적소가 아니라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요.

정민: 행복에 대해 특별한 기준을 갖고 있진 않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의 기준이 낮은 것 같아요.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하늘이 정말 예쁠 때나 귀여운 꼬마들이 지나갈 때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것처럼 작은 순간에서 행복을 느끼죠.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행복을 찾아요.

나이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세련: 예전엔 나이에 따라 행복의 척도나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지나서 생각해보니 지금의 내가 느끼는 행복과 청소년 때 느꼈던 행복의 이유들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행복의 기준은 나이보단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낮은 행복도, 이유가 무엇일까

민영: 사람들이 끊임없이 스스로와 타인을 비교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특정 기준에 맞춰 서로 경쟁하고 서열을 매기잖아요. 그러다보니 자신의 행복 또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찾으려 하게 된 거죠. 이런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정민: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비교하는 TV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핀란드의 경우 학생들을 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핀란드에서는 저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학생들의 성적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와 비교하게끔 해요. 쉽게 말해, 어제보다 오늘이 좋아질 수 있도록 아이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교육을 하는 것이죠. 한 번은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어 본적이 있어요. 다들 모르겠다고 답하더라고요. 다른 학생과의 경쟁의 지쳐 행복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거죠. 그런 모습들을 볼 때면 안타깝게 느껴져요.

돈과 행복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세련: 돈은 행복하기 위한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이지, 행복의 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 중 하나 일뿐 충분조건은 아니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요.

민영: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따스하게 내리 쬐는 햇살에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잖아요. 행복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보다 돈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나

정민: 한국사회에서는 항상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 같아요. 학생 때는 좋은 대학에 가고 나서, 대학생 땐 좋은 직장을 갖고 나서 또 그다음엔 결혼과 육아가 기다리고 있죠. 그러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조금이라도 젊을 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다며 후회하죠.

  ▲ 권세련(가족자원경영 12)

각자 행복한 일을 찾았는가

세련: 현재 연계전공으로 문화예술기획을 공부하고 있어요. 처음엔 관련 내용에 흥미가 생겨 시작했는데,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가치관이 바꼈죠. 사람들이 현실에 치여 살다보니 행복을 원하면서도 행복으로 가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소소한 것 하나만 잘 찾으면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는데 말이죠. 사람들에게 그런 소소한 하나를 찾아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래서 요즘 ‘셀프웨딩’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 콘서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행복을 찾았어요. 타인을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 오히려 제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더라고요.

정민: 저는 조금 추상적이에요. 보통 ‘너 뭐하고 싶어’ ‘꿈이 뭐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직업을 말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과 할 수 있는 것이 제 꿈이에요. 그게 진정한 행복이라 생각해요.

소감 한 마디씩 들려 달라

정민: ‘행복하자’가 제 삶의 목표라 이 자리가 뜻깊었어요. 주위에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제가 이상적인 기준을 갖고 있나 생각했죠. 하지만 다른 학우들을 만나 얘기해 보니 제가 특이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민영: 행복이 추상적인 개념인데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던 기회였어요. ‘행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세련: 행복에 대한 다른 학우들의 생각을 듣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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