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름다운 계절 5월에 대학가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우리 대학도 다음 주에 청파제를 연다. 지난해 청파제는 세월호 사건으로 9월로 연기해 열었다. 많은 대학이 지난해 같은 이유로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여러 논자들은 이 기회에 대학 축제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미 우리 대학은 지난 해 9월의 청파제에서 여러 개선 방안을 선보인 바 있다. 친구 및 교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걷는 행사, 도시락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는 ‘도시락 토크’, 그리고 청소·미화 노동자들과 함께 식사하기, 학생 가요제 등 ‘대동제(大同際)’로서의 축제를 의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시도했다. 아울러 학생대표자회의 결의로 주점 운영 때 지켜야 할 복장 규정을 발표하여 상업화를 완화하려는 조치를 실행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일부 언론이 선정적으로 또는 자유주의를 가장한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이에 대해 왜곡보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습을 깨는 어떠한 행위도 예기치 못한 반발과 저항, 그리고 오해를 불러오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청파제의 개혁은 올해 더 적극적으로 지속돼야 한다.

올해는 ‘청파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숙명 구성원들의 참신한 생각을 반영하려고 한다. 지난달 재학생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심사에서 박인혜(LCB외식경영 13) 양이 제안한 <미스터리 숙명>이 최종 선정돼 이번 축제에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미스터리 숙명>은 블루마블을 주제로 숙명 캠퍼스 전체를 활용해 다양한 게임들을 기획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번 축제의 의상코드를 선글라스로 설정했다고 한다. 예년과 다른 특색 있는 축제 모습이 기대된다.

그러나 캠퍼스가 주점으로 뒤덮이는 모습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캠퍼스 주점화’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학생회나 동아리의 운용 예산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수긍할 부분이 있기도 하다. 주점은 공동체 구성원간의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봄밤 캠퍼스가 발걸음 옮기는 곳마다의 주점과, 호객하는 목소리와 서로 경쟁하는 스피커 음향으로 범벅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주점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들이 주점 운영에 관련한 학과나 동아리 대표들이라고 할 때 이 문제에 있어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축제는 에밀 뒤르껭(Emile Durkeim)적 ‘공동체 통합’ 모델과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적 ‘억압에서 해방’ 모델이 상충하는 독특한 사회 현상이다. 이번 청파제가 숙명인의 소속감을 확인하고 문화적 역량을 고양하는 귀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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