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생식기 문제를 겪지만, 이때 방문해야 하는 산부인과는 감기에 걸리면 찾는 병원처럼 자연스레 발길이 가는 곳은 아니다. ‘임신을 한 여성이 찾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온 임신부나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앳된 얼굴의 여성이 홀로 대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최근 정기 검진이나 예방접종 등을 위해 미혼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산부인과는 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존재다. 

A 학우는 심한 월경통과 잦은 월경불순으로 고통을 겪었다. 운동과 식습관 개선으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대학병원의 산부인과를 방문한 그녀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배란이 잘 이뤄지지 않아 월경 주기에 변화가 오거나 호르몬의 영향으로 비만, 여드름 등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심할 경우 자궁 내막암이 생기거나 자궁출혈,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리적 문제인 줄 알았던 예민함이나 부정맥, 과도한 피로감 등도 질병에 의한 문제였다. A 학우는 현재 호르몬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호르몬제와 진통제를 함께 처방받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월경통이나 월경불순은 비단 A 학우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숙명인들도 A 학우처럼 산부인과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을까. 본지는 산부인과 이용실태와 산부인과에 대한 숙명인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319명의 학우들을 대상으로 4월 28일(화)부터 30일(목)까지 ‘산부인과 방문 및 검진’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 학우들은 10명 중 4명 꼴로 산부인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방문해 보신 적 있나요
숙명인들은 어떤 이유로 산부인과를 방문했을까. 산부인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137명의 학우 중 57.8%(78명·중복 투표 가능)가 산부인과를 방문한 이유로 ‘월경관련 문제’를 꼽았다. 월경관련 문제에는 월경불순, 월경통, 월경전증후군 등이 포함된다. 월경불순에는 초경 이후부터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경우와 환경이나 식습관 등의 변화로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허경선 산부인과 전문의는 “다이어트를 과하게 하는 등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게 바뀔 수 있다”며 “월경불순은 병원 방문을 통한 호르몬 체크와 약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경불순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최연희(경영 15) 학우는 “주기적인 치료로 현재는 월경불순 문제가 해결된 상태다”고 말했다.

월경관련 문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5명(33.3%)의 학우들이 질 염, 자궁경부암,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을 포함한 ‘여성 질환’을 이유로 뽑았다. 박서영(한국어문 10) 학우는 배탈로 병원을 방문했다 우연히 자궁에 작은 물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산부인과를 찾았다. 박 학우는 “이후 물혹의 크기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검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방문 경험이 없다고 답한 학우 182명 중 과반인 138명(77.1%)이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답한 학우의 수가 23명(12.8%)으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오휘영(경영 14) 학우는 “월경을 불규칙적으로 할 때마다 산부인과를 찾는 친구도 있지만, 심각성을 느끼는 것은 개인의 차이인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방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편함을 느끼지만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우도 있다. 또 윤지원(문화관광 11) 학우는 “불규칙한 월경을 겪고 있지만 이는 개인의 체질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산부인과를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남자 의사에게 진료 받는 것이 불편해서’라고 답한 학우는 8명(4.5%)이었고, ‘방문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고 답한 학우는 7명(3.9%)이었다.

산부인과 정기검진,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많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가임기의 미혼 여성들에게 6개월마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할 것을 권장한다. 변화된 식습관, 불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발생하는 여성의 월경통, 월경전증후군, 일정하지 않은 월경 주기 등의 문제는 자칫하면 자궁질환이나 난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허 전문의는 “미혼 여성들이 정기적인 검진을 위해 내원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며 “발병 초기에는 겉으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에서 실시하는 정기검진에는 질 염 검사,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초음파 검사 등이 있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90.2%(286명)의 학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기검진이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 비슷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아는 것은 중요하며, 검진을 통해 큰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빛나(경영 10) 학우는 “스트레스, 과도한 인스턴트 음식 섭취,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불임이나 난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20대 여성들이 정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한 예방 차원의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석영(식품영양 12)학우는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거나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기검진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학우들도 있었다. 31명(9.8%)의 학우들은 아픈 곳이 생기면 병원을 방문하듯 산부인과도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생겼을 때 방문하면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욱재(일본 12) 학우는 “정기검진을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꼈을 때 방문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수민(홍보광고 14) 학우는 비싼 정기검진 비용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산부인과 방문이 꺼려지나요
설문 결과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고 답한 학우가 응답자의 90% 이상(286명)을 차지했지만, 정작 정기검진을 위해 내원한 경험이 있는 학우는 4%(13명)에 그쳤다. 대다수의 학우들이 정기검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정기검진 때문에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허 전문의는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미혼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잘못된 선입견과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가현(정치외교 14) 학우는 “지인이 난소에 혹이 생겨 응급실에 실려 간 일이 있었는데 그동안 고통이 심했음에도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여 병원에 가지 못했다”며 “주위에 좋지 않은 소문이 나는 경우도 있어 병이 생겨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다은(미디어 14) 학우는 예방 차원에서의 정기검진을 강조하며 동시에 미혼 여성의 산부인과 방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문제로 지적했다. 최 학우는 “정기검진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여성들의 자유로운 산부인과 방문을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생식 기능과 관련된 질병부터 임신과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의학 분야를 다루는 산부인과. 여성과 산부인과는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혼 여성들에게 산부인과의 문턱은 아직까지 높기만 하다. 산부인과 방문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자유에 대한 결과의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건강을 위해 이제는 산부인과의 문턱을 넘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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