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지난달, 국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완구 국무총리의 발언이다. 여기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발언이 있다. “내가 경기도지산데 거 이름이 누구요?” 일명 ‘119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발언이다. 언급된 두 발언은 ‘권력’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된다. 누군가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언론보도를 막기에 급급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다짜고짜 자신의 권력을 내세우기 바쁘다. 그런데, 권력 행사하기를 좋아하는 건 정치사회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개강을 맞이한 대학가는 웬일인지 설렘보다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권력 행사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중앙대는 ‘학부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대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모집해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계획안의 주요 내용이다. 계획안이 공개되자 교수와 학생들은 ‘비인기학과가 폐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비단 중앙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화여대 역시 지난 27일, 학칙 개정안을 통해 기존 6개 학과와 새로운 1개 학과로 이뤄진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학과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대학 본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학이 ‘취업양성소임’을 자인한 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물론,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감안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대학 본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 간의 경쟁에 골몰한 채,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조직의 권력을 이용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이 행사하는 대학의 권력은 그 구성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말이다.

“당신이 도대체 누구시길래”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학사회에서는 쉽게 통용될 수 없는 이야기다. 대학 졸업장은 취업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이니 그 권력에 대한 비판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것이 현재 대학사회의 인식이 아닌가. 불통을 고집하는 대학본부보다 무서운 것은 어쩌면 대학권력에 정당한 비판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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