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과 25일에 우리대학의 입학식과 학위수여식이 있었다. 축하와 기쁨으로 넘쳐나야 할 자리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졸업식 당일 신문을 보니 올해 주요 대기업의 대졸(大卒) 신입 사원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약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그 일주일 전에는 지난 1월 청년실업률이 9.2%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는 암울한 소식들이 쏟아 졌다.

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도 한다. 졸업자들의 일자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인구 감소로 대학에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 도태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IT 산업의 발달로 지식의 생산과 전수 방식이 예전과 달라진 현실에서 수백 년 된 현재의 대학제도는 이미 생명력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고 수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고, 수준 높은 전문 지식에서부터 일상에 필요한 생활 정보까지 원하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모바일 환경을 생각해볼 때 터무니없는 주장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해를 넘기고 한 살 더 어른이 될 때마다, 또 졸업이나 입학처럼 삶의 한 단락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되는 시점에서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지금처럼 위기에 빠진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청년들에게는 그 고민이 더 깊어진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청파교정을 떠나는 숙명인들, 꿈과 기대를 품고 새롭게 입학한 숙명인들을 위해 인생의 멘토가 될 만한 한 철학자의 경구를 여기에 소개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20세기의 스승,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대학이란 곳은 러셀이 말하는 이 세 가지 열정을 배우고 나누고 경험하는 곳이다. 지식을 배우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굳이 대학을 다닐 이유가 없다. 강의 듣고, 과제 제출하고 시험 보는 곳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학의 극히 일부분만 보는 것이다. 동료들과 삶에 대해 토론하고, 선생, 선배, 후배들로부터 삶에 대한 자극을 주고받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할 동반자와 멘토들을 만나게 되는 곳이 대학이다. 그런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다면, 대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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