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학기말고사가 시작된다. 올해는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사로부터 시작돼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사고 등으로 이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전국 대학가에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에 여러모로 면학과 공부에 전념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러했듯이, 우리대학 재학생들은 그 어떤 대학의 재학생들보다 열심히 공부와 과제에 전념해왔다. 세칭 ‘숙제여대’로 불리는 우리 대학의 치열한 공부환경과 재학생들의 성실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이러한 열정과 성실성이 잘 발휘되면, 우리 대학 전체의 경쟁력과 재학생 개인의 미래에도 서광이 비추게 될 것이다. 문제는 대개 우리 대학 재학생들의 성실성이 지나치게 학점에 대한 강박과 경쟁, 스펙 관리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점은 한 학기에 걸친 공부와 탐구를 결산하는 성과이자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다. 학점을 위시하여 TOEIC점수나 각종 자격증 같은 스펙을 잘 관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쉽게 무시될 수 없다.

그러나 이즈음 들어 우리사회와 많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단지 좋은 학점과 양호한 스펙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창의력,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 인문학적 상상력, 인간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 등이 이 시대 인재가 갖춰야할 한층 중요한 자질과 덕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학점이나 토익 점수와는 달리 이러한 능력들은 점수나 객관적인 수치로 산정되기 힘들기에 소홀히 하기 쉽다.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학점이나 토익이 노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할법하다.

좀 더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한 인간의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점수로 산정되기 힘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범한 상상력, 폭넓은 독서, 문화적 소양 등이 장기적으로 월등 중요한 자산이자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여기서 지적돼야 할 점은 이 시대의 대학문화가 지나친 학점 경쟁과 과도한 과제, 스펙 관리로 인해, 재학생들로 하여금 앞에서 열거한 소중한 자질과 덕목들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일만한 여유를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고 싶지만, 수많은 과제와 시험에 휘둘리는 이 시대 대학생에겐 언감생심(焉敢生心)인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 대학 당국도 재학생들이 지나친 학점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한층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학사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령 동아리 지원의 확대, 축제 프로그램의 다양화,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과 교양과목의 내실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성실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재가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의 하나라면 그것은 학점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부로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