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계의 이단아, 리뷰왕 김리뷰입니다. 모든 리뷰는 극도로 주관적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려있는 글귀대로 그는 매우 주관적이다. ‘미제사건 갤러리’와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를 관리하는 김리뷰. 나이, 성별, 외모.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의 당돌하면서도 독특한 리뷰를 보며 ‘좋아요’를 누른다. 그는 자신의 게시물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지 않기로 약속하고 본지는 그의 놀라운 실체를 봤다.

◆ REVIEW 김리뷰

본지가 김리뷰를 실제로 만나봤다. 그가 온라인에서 보여주던 까칠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외 로 그는 예의바르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로는 예의 바르고 착해요.(웃음) 물론 실제 성격과 온라인상에서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진 않지만 과장된 면은 있어요”

김리뷰는 상상을 초월하는 소재와 독특한 문체로 특별한 리뷰들을 보여줬다. 그의 리뷰들을 미뤄볼 때, 그가 특이한 사람일거라 구독자들은 예상한다. 하지만 그는 만화책과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김리뷰의 집에는 ‘드래곤 볼’ 42권과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이 있다. 이 두 만화책은 김리뷰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라 한다. “20번 넘게 읽다 보니 책 표지를 만지기만 해도 교감할 수 있어요. 어느 샌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요”

김리뷰는 만화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기종목도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시작했던 야구부터, 최근 들 어 재미를 느끼고 있는 농구까지. 하지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운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얼마 전에 헬스장에 갔는데 3번 가고 안 갔어요. 이유 없이 뛰는 건 힘들잖아요. 하지만 농구는 달라요. 아무리 해도 지치지가 않아요. 재밌으니까 계속할 수 있거든요”

현재 그는 피키캐스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또, 직접 운영하는 ‘미제사건’ 갤러리와 페이 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에 독특한 소재와 색다른 문체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피키캐스트는 현재 페이스북 ‘피키캐스트 페이지’ 를 바탕으로 매주 1,200만 명과 다양한 콘텐츠로 세 상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회사다. 현재 페이지 매체력과 탄탄한 IT 기술력을 결합해 각 주제별 소 통의 니즈에 특화된 다양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 ‘미갤’ 운영자부터 작가까지

많은 사람들은 김리뷰를 페이스북으로 처음 접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리뷰왕 김리뷰’라는 페이스 북 페이지를 시작하기 전 이미 27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미제사건 갤러리’의 운영자였다. 이 갤러리는 미해결 사건들이 정리돼 올려져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의 자료를 철저히 조사해 글을 썼다. 그는 블로그나 카페같이 부정확한 자료가 많은 곳은 참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해결 사건을 게재할 때는 신뢰도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신문기사를 여러 개 뽑아 놓고 비교했어요. 기사에서도 헷갈리는 부분이 여러 개 있었어요. 가령 어떤 신문의 기사는 사망시간이 6시 20분이라고 했는데 타 신문사의 기사에서 30분이라고 써놨더라고요. 그럴 때는 고민하다가 절충해서 25분이라고 썼어요(웃음)”

이 갤러리를 눈여겨보고 있던 중소출판사는 그에게 출판 제의를 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책을 쓰 기 시작했다. 이 책은 12월에 발간될 예정이다.

책을 처음 쓸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독방에서 글만 쓰던 시절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알바 할 시간도 없어서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보기도 했어요. 그 시절, 계속 갇혀서 불 다 꺼놓고 작업을 하 고 있는 제 모습을 본 친구가 폐인 다 됐다고 놀리더군요(웃음)” 그는 고시원 독방에서 불을 모두 끈 채 작업에만 몰두했다. 더운 날씨에도 맞서 싸우며 A4 용지 기준 180장을 9개월 가까이 썼다.

출판 작업이 마무리 돼 가고 있을 쯤, 어느 날 잠에서 깬 김리뷰는 지루함을 달래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갑작스러운 생각과 함께 ‘리뷰왕 김리뷰’ 페이 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제가 미제사건 갤러리를 할 때 한 가지 걱정이 있었어요. 평소 잡담을 자주 올렸는데, 그 글들이 갤러리와 어울리지 않아 고민 했었죠. 잡담까지 모두 다룰 수 있는 주제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는 이 모든 걱정을 해 결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리뷰의 대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범위가 넓은 컨텐츠는 어 디에도 없었다.

리뷰왕 김리뷰를 만든 이후, 그는 세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이투데이’ 리뷰팀, ‘메이커스’, 마지막으로 지금 소속돼 있는 ‘피키캐스트’다. 그의 재치 있는 말투, 아이디어, 노력들이 빛을 발한 것이다. 김리뷰는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젊은 기업, 피키캐스트를 선택했다. “페 이스북이 언제 망할지는 모를 일이잖아요. 제가 페이스북으로 얻은 기회와 경험들이 언제 무용지물 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피키캐스트에는 독자적인 어플리케이션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결정적으로 피키캐스트 본사에만 침대가 있더라고요(웃음)”

그는 현재 휴학 중이다. 김리뷰에게 미래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자기 자신도 스스로의 미래가 궁금하단다. “당장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데 내일, 오 년, 십 년 후의 일을 계획을 한다고 그대로 될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냥 이대로 살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김리뷰는 앞으로 할 일들을 계획하지 않고 지금처럼 흘러가는 대로 둔다고 한다. 모든 일이 우연히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피키캐스트’라는 회사의 이름조차 몰랐어요. 미제 사건 갤러리와 리뷰왕 김리뷰도 자고 일어나서 만들었죠. 그 어떤 것도 계기는 없었어요. 사실 대부분이 우연히 일어나잖아요. 저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보려고요. 취직이 될 줄 알고 휴학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하고 나니까 취직이 된 것처럼요 (웃음)”

◆ 리뷰, 그 끝없는 효과

김리뷰는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신경 써야할 것이 많아졌다. 저작권 때문에 자 신이 사용하는 이미지의 출처를 밝히고 댓글도 꼼꼼히 챙겨본다. “댓글에서 제가 사용하는 어휘에 관한 태클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표현의 한계가 느껴져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죠”

열심히 한 만큼 그의 글 솜씨는 매번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협찬은 받지 않는다. “리뷰를 해달라고 부탁하면 저는 잘 해주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지, 협찬 같은 거 받아서 할 생각은 없어요. 회사에서도 그걸 원하는 것 같고요”

김리뷰가 긍정적으로 리뷰한 영화는 좋은 성과를 얻는다고 해서 ‘충무로 킹메이커’라는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이 별명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영화의 작품성이 좋아서 성공한 거지 제가 리뷰를 해서 성공한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잘 됐다고 생각할 때부터 망하는 법이잖아요. 저는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싫어요. 결정적으로 별명이 오글거려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웃음)”

영화뿐만 아니라 피키캐스트도 김리뷰의 홍보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김리뷰가 회사에 들어온 날, 하루 동안 추가 다운로드 수가 2만 건이 찍혔다. 일 년치의 다운로드 수를 하루 만에 얻은 것이다. “일 년 치 다운로드 수를 받았으니 이제 (저를) 자를 거냐고 물었어요. 그럴까라는 답이 돌아와서 당황스러웠죠(웃음)”

그는 리뷰를 매일 하나씩 작성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리뷰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많은 생각을 통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리뷰를 하나 다 만들고 나면 기가 빠져요. 드립이나 아이디어 같은 것도 바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저도 한계가 있어요. 오늘 할 것도 아직 못 정했어요(웃음)”

김리뷰의 리뷰는 다른 이들의 리뷰와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무작정 칭찬하기 식의 리뷰와는 달리 그의 리뷰는 솔직하다. 아무렇지 않게 작성한 듯 한 그의 리뷰에도 나름의 철학이 있다. “어떻게 보면 칭찬과 비판을 같이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너무 당연한 것이 경쟁력이 돼버린 케이스죠. 그래서 저는 억지로라도 광고처럼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해요”

김리뷰의 글 솜씨와 아이디어는 엄청난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그런 그에게 힘든 리뷰가 있을까. 이 질문에 그는 “힘든 건 없어요. 힘든 건 안 하니까요. 하고 싶은 것만 해요”라고 답했다.

앞으로를 걱정하기 바쁜 숙명인들에게 김리뷰는 “미래를 걱정하면서 ‘무작정’ 계획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더라도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만 안겨줄 뿐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민은 깊어지고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겠지만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주어진 환경대로 흘러가다보면 ‘김리뷰’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 올 수도 있다. 꼼꼼히 계획하는 지겨운 스케줄을 버리고 잠시 동안 여유로움을 즐겨보자. ‘김리뷰’처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 보면 우리들이 나아갈 길도 명확히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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