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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대학문화는 없다
정소영 기자  |  smpjsy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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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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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홍대 앞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젊은이들로 북적댄다. 다닥다닥 붙어 거리를 비추는 네온사인은 새벽 3시가 넘어도 꺼질 줄 모른다. 길에서 몇 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호객꾼들이 손목을 잡아끈다. 낮이라고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대 앞을 걷다보면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최고의 상권입니다.”라며 투자자들을 찾는 목소리들이 귓속을 파고든다. 이것이 지성을 탐구하는 대학가의 현주소이다.


술 냄새, 소음…여기가 대학교 앞?
대학가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거 통기타와 화염병, 서점으로 대표되던 대학 문화의 자리는 현재 술과 DVD방, 패밀리 레스토랑이 차지하고 있다. ‘장백’ ‘오늘의 책’과 같이 대표적인 인문사회과학서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배경인 ‘독수리 다방’ 역시 2005년 폐업했다. 기존 대학문화의 산실이 사라진 빈 공간에는 현재 대학생들의 새로운 소비문화가 들어섰다. 문화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연대 앞은 세계에서 단위 면적 당 술집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또한 서울 마케팅 리서치 조사에서는 서울의 18~23세 여성 중 45%가 의류구입 장소로 이대 앞을 찾는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대학가가 시내에서 손꼽히는 소비문화의 산실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2005년 5월, 서울시는 ‘대학가 주변지역 교육ㆍ문화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건전한 청년 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대상은 우리 학교를 포함해 고려대ㆍ성균관대ㆍ이화여대ㆍ중앙대 등 서울 시내 18개 주요 대학이다. 2007년 완료를 목표로 세워진 이 계획은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을까.

가시적인 결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이대ㆍ신촌 부근이다. 서울시는 30억 원을 들여 이대역에서 신촌 기차역에 이르는 500m 구간에 ‘찾고 싶은 거리 조성 공사’를 마쳤다. 이대역의 출구를 투명한 아크릴로 둘러싸고, 보도블록의 바닥에 조명기구를 설치해 각종 색깔의 불빛이 비치도록 했다. 또 이대 앞 7m 너비의 2차선 차도를 3.5m의 1차선으로 바꿔 보행자 도로를 넓혔다. 거리에 복잡하게 널렸던 전선들과 옥외 간판들도 정리했다. 숭실대 앞 도로에도 주민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건국대 역시 비슷한 거리 공사와 학교 내부공사를 마쳤다.


밀려드는 유흥산업, 사라지는 대학문화
그러나 서울시가 추진한 학교 앞 교육환경개선사업이 단지 외형적 변화로만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가 환경이 좋아지면서 상업성이 더해져 오히려 유흥가로 전락할 우려도 생겼다.
실제 사업을 통해 ‘예쁘게 포장’된 대학가는 편리한 교통과 유동인구 증가로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에는 봉천동 일대 재개발을 발판삼아 대형쇼핑몰 ‘에그옐로우’가 문을 열었고, 청담대교 개통과 7호선 연결로 상권이 커지고 있는 건국대에도 쇼핑몰 ‘판타스틱락’이 개관했다. 성신여대 부근에도 올 9월 지하 7층 지상 14층 규모의 쇼핑몰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처럼 대학가에 불고 있는 쇼핑몰 열풍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보여준다.

대학가에 투자자가 몰리자 땅값이 상승했다. 예전부터 터를 잡고 고유의 대학문화를 형성해온 서점ㆍ레코드점ㆍ다방과 같은 곳들은 자본을 내세우며 밀려드는 거대 업소들을 당해내기 힘들어졌다. 더욱이 수개월간 진행된 정부의 공사로 기존 업주들의 매출은 줄어들었다. 심지어 건물주들은 주변 환경이 정비되자 임대료를 올렸다. 이에 따라 수입이 많지 않은 교육ㆍ문화 시설의 운영은 더욱 빠듯해졌다. 대학가 근처의 서점은 한 두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존재하는 문화 시설도 극장과 DVD방 정도이다.
신촌 거리를 17년 째 지키고 있는 레코드점 향음악사의 김건힐 씨는 “과거에는 대학생의 특성을 살린 건전한 대학 문화가 성행했다.”며 “그러나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문화 시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DVD방, 커피숍, 패밀리 레스토랑 등으로 업종이 바뀌는 곳이 흔해졌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점차 영업하기 좋은 상권이 갖춰지면서 임대료와 같은 경비가 기존 업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인터넷을 통해 개인적으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대학생들의 소비성향 변화도 대학가 풍속도를 바꾼 원인으로 꼽았다.

오늘의 대학가에는 대학문화가 없다. 명동이나 강남과 다를 바 없는 소비와 유흥문화만이 존재할 뿐이다. 건전한 놀이 문화를 형성했던 클럽 문화가 퇴폐적으로 변해간다는 걱정스런 시선도 있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나연(컴퓨터공학 05) 씨는 “인디밴드들을 위해 마련됐던 무대가 오히려 유흥문화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며 “유흥문화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인근 주민과 홍대생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지성인들의 고뇌와 토론의 공간이었던 대학가, 그곳에서는 더이상 막걸리를 마시며 부르던 민중가요가 들려오지 않는다. 영어로 쓰인 간판과 화려한 네온사인만이 그 곳을 공허히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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