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세 명의 학우들이 모여 있다. 이제 얼마 후면 새내기의 자리를 내줘야 하는 1학년부터, 어느새 학교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2학년,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면 정든 학교를 떠나야하는 4학년까지.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인가요?” 각각의 질문을 던지자 2시간이 가깝도록 수다를 늘어놓던 권지수(문화관광 14), 안누리(경영 13), 이연숙(법 11) 학우.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집중하시라.

▲ 왼쪽부터 본교 이연숙(법 11), 안누리(경영 13), 권지수(문화관광 14) 학우 <사진=황다솔 기자>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연숙(이하 이): 4년 가까이 학교에 다니면서 놀랐던 게 있어요. 우리학교 학생들이 학벌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거죠. “난 사실 다른 여대를 가고 싶었고 숙대는 그냥 ‘안전빵’으로 지원한 거야”라거나 “나는 더 높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종종 봤어요. 그래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됐어요. 주위에서 느꼈던 학벌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안누리(이하 안): 저도 일상생활에서 느낀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수업을 듣고 또 다른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 옮겨 다니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숙대라는 훌륭한 대학교에 잘 왔구나’라는 것 말이에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대학생활 중에 느끼는 고민을 들여다보면 대학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해요. 이런 고민을 다른 사람과 나눠보고 싶었죠.

권지수(이하 권): 얼마 전까지 학교 생활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대외활동을 하고 열심히 스펙을 쌓으면서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보여요. 그래서 왜 그런지, 선배님들은 잘 알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언을 듣고자 참여하게 됐어요.

여러분이 대학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제겐 꿈이 하나 있었어요.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거였죠. 그런데 정치인이나 판검사 같은 경우 좋은 학벌이 필수적이잖아요. 깨달았죠. 나라를 위한 인물이 되려면 대학은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라는 사실을요.

안: 저도 비슷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또래보다 비교적 꿈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었어요. 오랫동안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죠. 제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교에 반드시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아무래도 대학에 진학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권: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수험생 시절, 입시를 준비하던 중 미술관에 가게 됐어요. 그 당시 미술관의 한 관계자가 제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추천해 주셨죠. 그 일을 계기로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큐레이터란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주변의 권유로 목표가 정해졌어요. 그걸 공부하기 위해서 대학교에 들어오게 된 거예요.

수험생 시절, 대학 입학 여부를 놓고 고민해 본 적 있나
이: 부모님께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취직이 가능한데 왜 대학을 가야만 하느냐는 말씀을 하셨죠. 하지만 전 대학교를 당연히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행복과 삶의 만족을 위해서요.

안: 전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교에 진학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크게 고민해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들을 보면 가끔 의문이 들곤 했죠. 어떤 친구는 제과제빵에 능해서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그 친구 역시도 자신이 왜 대학교에 가야하는지 모르고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대학을 꼭 가야만 하는 걸까’라고 말이에요.

권: 그 말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해요. 제 생각으로는 각자의 목표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전문적인 학문이나 지식을 배우는 게 자신의 꿈에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학에 진학하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모두들 그런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안 학우님께서 이야기하셨지만 제과제빵을 전문으로 하는 데에 꼭 좋은 대학교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빠른 길이 있는데 왜 굳이 왜 돌아가야 하죠? 전 그게 의문이었어요.

입학 전과 후, 생각했던 대학의 이미지는 어떤가
이: 제가 생각하는 대학의 이미지는 변함없어요. 대학교에 진학하면 굉장히 많은 기회를 얻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공부’예요. 교수님께서 열심히 강의를 해주시고 많이 알려주려고 하세요. 대학에 와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죠.

안: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었을 땐, 한 가지 전공을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입학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예상했던 건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경영이란 전공의 특성상 그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해요. 물론 경영에 관해 전반적인 걸 배우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 학기에 너무 많은 과목을 공부하다 보니 발만 살짝 담갔다 빼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잠깐 멈춰서 그동안 배운 걸 곱씹고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려보낼 것 같았죠.

권: 저도 마찬가지예요. 대학 입학 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학에 진학했다는 건 고등교육을 배우고 싶다는 것과 같은 의미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 입학 후에 다양한 전공과목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학문을 갈구했죠. 그런데 이런 걸 도와주는 수업이 없는 거예요. 물론 전공 수업 중에 배우기도 하죠. 그러나 그건 잠시 뿐이에요. 다들 자신의 전공 분야만 공부하기 바쁘잖아요. 요즘 대학사회에서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현재,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이: 점수로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9점이요. 리더십그룹 활동하면서 경험도 많이 했고 어떻게 보면 대학을 다니면서 다시 꿈을 찾은 셈이거든요. 
 
안: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거에 대해선 만족해요. 우리학교 학생들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렇게 대단한 사람도 있구나’ ‘친구들 중에 존경할 사람도 많구나’라고요. 진지하게 서로 의견을 나누며 팀플을 하거나 학생들이 완성한 과제 결과를 보면 말이에요. 그렇게 멋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대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수업에 관련해서는 만족하지 않은 편이에요.

권: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대학생이 되면서 여러 학문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여러분의 인생에 대학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사법고시나 로스쿨을 준비하는 게 힘들거라 생각했죠. 돈이 많이 드니까요. 그런데 법전을 펼쳐서 공부를 하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뭔가를 배운다는 게 즐거웠죠. 그러다 보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어요. 그런데 교수님과의 상담에서 힘을 많이 받았어요. 교수님이 격려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도 그렇고, 교수님의 지도 덕분에 목표를 다시 세울 수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들 하잖아요. ‘가정형편 어려운 친구들은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말이요. 그런데 학교는 제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많이 알려준 것 같아요. 학교는 제 삶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거죠.

권: 이 학우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해요. 진로에 대해 교수님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어요. 대학교에 입학해서 지내다 보니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면담을 하고 나서 느낀 게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대학이 저에게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안: 대학교는 제게 ‘곱하기’같은 존재예요. 인생을 경험을 몇 배로 풍부하게 해주거든요. 물론, 대학교 밖에서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대학생 안누리’로서 경험하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사소하게는 친구와 같은 인간관계에서부터 학업에 이르기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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