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 학기에 시작한 ‘스마트 숙명’ 시스템을 통한 출결 확인 방식이 큰 불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 모바일 학생증 방식을 대체해 새로 도입한 이 시스템은 앱구동이 안되거나, 출석 인식에 시간이 걸리고, QR 코드를 복사 해 다른 곳에서 인식해도 출석으로 확인되는 등의 문제점을 보여왔다. 특히 4천명 가까이 되는 아이폰 이용 학생은 스마트 숙명 앱 자체의 업데이트 오류 및 인식 혼란의 불편을 추가적으로 겪고 있다.

이후 학교는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GPS 좌표 인식으로 부정출석을 막으려는 등의 대처를 했지만 인식 지연과 부정출석 가능성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빠른 처리가 안 돼 강의 시작 후에도 학생들이 인식기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한다. 강의 후 며칠이 지난 뒤 출석 인식이 안 됐다며 교강사에게 찾아와 별도의 확인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 시스템 신뢰성이 낮은 상태라서 교강사는 일말의 석연치 않음을 느끼면서도 별도 출석부에 동그라미를 쳐야 하는 상황이다. 수기 방식의 병행은 전자출석 도입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개혁이나 개선을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철저해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전면적인 새 방식 도입 이전에 몇 개 강의실에 시범 적용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오류를 개선하는 등의 안정화 이후 점진적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 학기 숙명여대 학생들과 교강사들은 불안정한 시스템의 시험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아마도 외부업체들은 우리 대학 구성원의 고생 경험을 바탕으로 더 안정된 출결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어떠한 개혁과 개선도 이용자의 처지에서 접근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GPS 위치 확인을 한다고 하는데, 평소 스마트폰에 이 기능을 켜고 다니면 배터리가 빨리 닳기 때문에 학생들은 보통 이를 꺼둔다. 와이파이도 마찬가지다. 강의실에 도착한 학생은 와이파이와 GPS 기능을 각각 켠 뒤 스마트숙명 앱을 구동해 출석기에 태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출석 확인에 시간이 걸리고 줄은 길어진다. 사실, 모바일 GPS 위치 추적이라는 게 움직이지 않는 실내에서의 정확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2G 폰을 쓰는 학생은 아예 숙명 스마트 시스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대학은 그 동안 정보화 영역에서 대학은 물론 한국 사회 전체를 선도해 왔다. 한국 대학 최초로 IPTV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세계 최초로 모바일 캠퍼스를 선보였다. 이 내용은 세계 유수 뉴스 통신사의 기사로 전세계에 타전되기도 했다. 이러한 영예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만하지 말고 더 신중하게, 더 민감하게 개혁을 추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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